K바이오 과제...바이오시밀러·의료기기 규제 완화, 자본시장 구조 변화, AI 데이터 활용
삼성바이오에피스 알테오젠 와이브레인 에이비온 오름테라퓨틱 현대바이오사이언스 바이오톡스텍 온코크로스 등 이재명 대통령 업계 의견 청취
사진=KTV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K-바이오, 혁신에 속도를 더하다' 바이오 혁신 토론회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규제, 자본, 데이터 문제와 산업 활성화 과제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이와 함께 정책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업계는 국내 규제 제도의 현실과 산업 경쟁력 간 괴리를 지적하며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산업연구원 최윤희 선임연구원은 "바이오 산업은 기술력만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시장 창출을 지원하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일부 재생의료·유전자치료제 규제가 개선되었지만, 연구 활성화에는 성공했으나 시장 개방에는 아직 부족하다"며 "미국 플로리다주는 특정 적응증에 대해 FDA 허가 없이 치료를 허용했다. 한국도 규제 특례를 지역 특례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김경아 대표는 바이오시밀러 활성화를 위해 의료진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 등 장려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 대표는 "한국의 바이오시밀러 보급률은 낮다. 해외에서는 신규 환자에게 바이오시밀러 사용을 장려하는 정책이 있다"며 "현장에서 의료진은 환자에게 바이오시밀러를 설명하는 부담 때문에 전환을 결정하는 게 쉽지 않다. 한국도 유사한 장려 정책을 도입하거나, 처방 의료진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테오젠 이영필 부사장은 "대부분 바이오텍은 연구개발 중심으로 출발해 자체 공장이 없다. 결국 위탁생산(CMO)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현행 법체계는 품질관리 권한을 CMO에만 부여한다. 또 CMO의 역할이 나뉘어 있을 때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의료기기 분야의 불합리성도 지적됐다. 와이브레인 이기원 대표는 "의약품은 허가를 받으면 비급여로 활용할 수 있지만, 의료기기는 한시적 시장진입 제도에만 의존한다. 일본과 미국에서는 허가된 의료기기가 자유롭게 비급여로 사용될 수 있다"며 "한국에서도 근거 기반 의료행위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이비온 신영기 대표는 "신의료기술 평가 제도가 이중 규제를 초래한다"며 "선진국형 선진입 후평가 체제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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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구조와 임상 지원 부족 문제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오름테라퓨틱 이승준 대표는 "한국은 단일 거래소가 상장과 감시를 독점한다. 복수 거래소와 독립 감시기구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제약·바이오 기업은 대부분 막대한 R&D 비용을 유상증자에 의존한다. 이 때문에 그 나라의 자본시장이 곧 그 나라의 바이오 산업 명운을 좌지우지한다"며 "선진적인 자본시장 구조가 마련돼야 해외 자본 유입과 산업 선진화를 이끌 수 있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은 복수의 거래소가 경쟁하면서 바이오텍 상장을 유지하고 자본시장 혁신을 이끈다. 또 국가가 시장을 감시하는 독자적인 기구를 만들어 감시 기능을 높인다"고 부연했다.
임상 지원 부족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양대 윤채옥 교수는 "국내 바이오 벤처의 80%가 비임상 단계에서 임상 진입을 못 하고 무너진다. 초기 창업 개수에 매몰되면 안 된다. 이 숫자에만 집중하면 창업하고 결과는 없는 회사만 늘어날 것"이라며 "임상 1·2상 기업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팬데믹 대비 체계 필요성도 대두됐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 배병준 사장은 미국 BARDA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도 기업과 개발 위험을 분담하고 사전 구매 제도를 운영할 기구를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 자원과 인재 문제도 제기됐다. 바이오톡스텍 강종구 대표는 "영장류 자원이 무기화되면서 확보가 국가 경쟁력 문제가 됐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성균관대 신주영 교수는 "지난 5년간 규제과학 분야에서 120명을 졸업시켰다. 하지만 이 중 단 한 명만 식약처에 들어갔다"며 공공기관 채용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국가 보건의료 빅데이터의 제품 정보는 공개되지 않는다. 반면 미국·유럽은 제품 정보를 공개해 바이오시밀러 연구가 활발하다"며 데이터 개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AI 신약개발 기업 온코크로스 강지훈 대표는 "한국 의료 데이터는 품질이 우수하지만, 중첩 규제 때문에 활용이 어렵다. AI 학습과 검증에 필요한 데이터 접근 장벽이 경쟁력을 낮춘다. 제도 개선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오늘 토론이 내부적으로 바이오 정책을 수립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관계 부처의 현장 방문과 업계 소통을 강화해 달라. 기업이 성과를 내고 대한민국이 성장할 수 있도록 업계와 정부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