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4.24 14:49최종 업데이트 26.04.2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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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늘려도 강제 배치해도 지역 안 남는다”…공공의대·지역의사제 한계론

보상·수련·정착 포함 구조개편 필요…의무복무만으론 부족 지적

김창수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 도입 등 ‘공급 확대 중심’ 정책만으로는 지역·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다. 

학계는 인력 규모 확대보다 의사들이 지역을 떠나는 근본 원인을 해소하기 위해 보상 체계와 거버넌스, 정착까지 이어지는 구조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4일 한국지역정보개발원에서 열린 한국정책학회 춘계학술대회 ‘공공의료와 국민행복’ 분과토론에서는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를 둘러싼 정책 한계와 대안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공공의대·지역의사제, ‘선발 중심’ 한계…정착 구조 부재”

이날 김창수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한국 공공의료 체계의 혁신: 공공의료기관 확충과 공공의대가 대안일까’를 주제로 발표하며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김 교수는 “병원이 부족하면 병원을 짓고, 의사가 부족하면 정원을 늘리는 방식의 정책이 반복되고 있다”며 “그러나 이는 지역의료가 작동하지 않는 근본 원인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병상 수와 의사 수는 구조적 문제의 결과일 뿐 원인이 아니다”라며 “현재의 문제는 단순한 양적 부족이 아니라 자원 배치와 보상, 거버넌스의 구조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는 꾸준히 의사의 수를 늘리는 데 집중해왔고, 최근에는 지역의사제 및 공공의대(국립의전원)를 추진하며 지역의사를 '선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 교수는 "양성-수련-정착-유지로 이어지는 전 과정 설계가 없는 한 인력을 뽑는 것만으로는 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의사가 지역에 남지 않고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이유는 단순히 공공성이나 사명감 부족이 아니라 수련의 질, 중증환자 경험, 지도교수 체계, 연구 기회, 생활 환경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역 정주를 뒷받침할 인프라 등 조건을 개선하지 않은 채 의무복무만 강화하면 수도권 쏠림이 오히려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서울과 비수도권 간 의사 밀도 격차, 전공의와 수련병원의 수도권 집중, 필수 진료과의 낮은 보상과 높은 위험을 고려하면 지역의료 위기는 숫자 부족보다 질적 불균형과 지리적 편중의 문제에 더 가깝다"며 "공공병원 확충과 의대 정원 확대는 필요할 수는 있어도 그것이 가장 최우선의 정책이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인력 규모 확대보다 보상 체계와 거버넌스를 개편해 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의료인력 정책은 강제 배치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경력 경로를 설계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 역시 정착과 유지까지 고려한 구조적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력 늘려도 떠나면 무의미…정착 구조가 핵심

지정토론에서도 공공의대·지역의사제의 한계를 지적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단국의대 박형욱 교수는 “공공의료기관이 필수의료를 수행하면서도 수익성을 동시에 요구받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며 “이는 소방서에 화재 진압으로 돈을 벌어 운영하라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같은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지역의사제 등으로 인력만 늘리는 정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필수의료 위축을 막기 위해서는 보상체계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남의대 김유일 교수도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의무복무 중심 정책은 동기부여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단순 확대보다 필요한 규모로 운영하되, 배치 이후 정착과 유지를 위한 경력 설계와 보상 체계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의료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에 대한 충분한 재정 지원과 제도적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책 방향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보완 필요성을 강조하는 의견도 제시됐다.

오영아 국립중앙의료원 교수는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 논의와 관련해 “정부 역시 단순한 공공의료기관 ‘소유 확대’에서 ‘기능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과정”이라며 “의사 양성뿐 아니라 배치, 역량, 거버넌스를 포함한 전주기 인력 정책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과대학 교육 혁신”이라며 “단순히 인력을 늘리는 것을 넘어 교육과 수련 체계 전반의 질적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역완결 의료를 논의하면서도 여전히 병원 중심 구조와 전달체계에 머물러 있는 측면이 있다”며 “지방정부의 책임과 역할이 보다 명확하게 설정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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