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교수 "지역의사제 출신 의사들 근무할 의료기관 유지가 핵심"…의무복무 후 지속 근무 환경 조성도 필요
고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정재훈 교수, 대한전공의협의회 한성존 회장.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지역의사제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는 미래에 배출될 의사들이 근무할 지역의료 기관의 역량 유지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고려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정재훈 교수는 9일 서울 코엑스에서 대한병원협회 주최로 열린 KHC 2026 필수의료 세션에서 지역 의료기관의 기능이 담보되지 않으면 ‘지역의사제’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지역의사제 출신 의사들이 소송전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도 지적했다.
정 교수는 “지역의사제로 양성될 의사들이 임상 현장에서 일하게 될 10년 후에 과연 공공의료원 중 몇곳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권역책임의료기관 중 현재의 진료랑을 유지할 곳이 얼마나 될까가 핵심 포인트”라고 했다.
이어 “지역의사제로 의사를 배출하더라도 적정한 위치에 보내지 못하면 무의미한 일이 될 것”이라며 “지역의사제는 대입 제도가 아니라 지역 책임의료기관, 지역 공공의료기관의 육성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갈 곳이 없어진 지역의사제 출신 의사들이 소송을 걸었을 때 방어할 수단이 줄어들 것”이라며 “결국 지역의사제를 국가책임제로 유지하기 위해선 지역 의료기관의 최종적 진료 역량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이날 세션에 참여한 패널들은 의무복무 기간인 10년 후에도 지속적으로 지역사회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 조성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 교수는 “의무복무 종료 후 얼마나 (해당 지역에) 남아있을지에 대해선 우려가 된다”며 “유사한 장기 군의관 제도의 경우 의무복무가 끝나면 90% 이상이 바로 이탈한다”고 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한성존 회장은 “(정부는) 젊은 의사들이 왜 지역에 남지 않는지에 대한 근본적 고찰이 부족하다”며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10년을 묶어놓는다고 하더라도 해당 지역에 정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지역에서 일하는 전문의, 전공의들이 계속 지역에 남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 소재 종합병원인 나은병원의 하민철 기획조정실장도 “지역의사제는 중소병원 입장에서는 채용 기회를 늘릴 수 있는 유인책”이라면서도 “중요한 건 이탈률”이라고 했다.
이어 “인력 유입을 설계할 때 어디에 배치할지는 물론이고, 의료진이 자유롭게 선택하고 그 선택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검토해야 한다”며 “의료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스스로 선택과 동기가 있을 때 지속가능성이 높아진다. 적절한 보상 체계와 커리어 형성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필수의료 분야로 인력을 유입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워라밸'과 '사법 리스크 해소'가 꼽혔다.
정 교수는 “이제는 필수의료를 한다고 워라밸이 깨지면 안 된다. 그런 시대는 끝났다”며 “아울러 필수의료 인력에 대한 법적 보호와 사회적 존경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회장은 “과거 이대목동병원 사건 이후 소아청소년과 지원율이 급감한 일이 있었다”며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으면 본인의 몸을 불길 속에 던질 젊은 의사들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