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5.06 07:27최종 업데이트 22.05.06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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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던온타리오 의과대학 졸업생 62%가 의료취약지 자청하는 이유는?

의대정원 확대로 의료격차 해소 못해…의대 사회적책무 강화가 대안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료취약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생 정원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존 교육과정을 개선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해결책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즉 의과대학의 사회적책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의대 교육과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다.

6일 해당 연구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외부용역 보고서로 한국의학교육평가원에 의해 진행됐다. 지난 2020년 전국의사총파업이 의대 정원 확대를 막기 위해서였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연구결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의과대학 사회적 책무성 강화가 세계적 추세 
유럽의학교육협의회(AMEE)의 아스파이어(ASPIRE)상 사회적 책무 부분 수상 대학. 사진=의과대학 교육 현황 파악을 위한 연구

연구용역을 진행한 의학교육평가원은 국내 의학교육의 발전 방안을 찾기 위해 유럽의학교육협의회(AMEE)의 아스파이어(ASPIRE)상에 주목했다.  

아스파이어 상은 2012년 제정돼 전 세계 의학 및 치의학 교육 8개 영역에서 혁신적이고 탁월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대학을 선정해 수상하고 있다. 

8개 부분은 학습자 평가, 학생의 참여, 사회적 책무성, 교수개발, 시뮬레이션, 교육과정 개발, 의료전문가 교육에서 혁신적 접근, 테크노롤지를 활용한 학습영역이다. 

평가원은 특히 사회적 책무 영역에서 수상한 대학들에서 대안을 찾았다. 사회적 책무로 수상한 의과대학은 2019년까지 총 10개 대학과 1개의 네트워크다.  

이들 대학은 학교 설립 목적에서부터 지역사회에 대한 서비스를 내세우며 대학이 위치한 곳의 인구집단 건강과 건강 형평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교육과정에서 일차 의료나 지역사회기반 실습을 통한 서비스 학습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스파이어 상 수상 대학 졸업생 대거 일차의료나 의료취약지 진출
 
노던온타리오(Northern Ontario) 의과대학은 학교 비전과 미션 자체가 사회적 책무와 지역 건강 형평성을 고취시키기 위함이라고 명시돼 있다. 사진=
Northern Ontario School of Medicine 

2013년과 2014년에 아스파이어 상을 수상한 서던일리노이(Southern Illinois), 노던온타리오(Northern Ontario), 헐요크(Hull York), 뉴멕시코(New Mexico) 대학이나 2016년에 수상한 이스트캐롤라이나(East Carolina), 리즈(Leeds) 대학 등은 졸업생들이 일차의료나 의료 취약지역, 발언권이 약한 소수자를 위한 의료에 많이 진출한다.

구체적으로 뉴멕시코 의대는 학생의 30% 이상이 취약계층 출신이며 히스패닉·라틴·아메키라 원주민 학생 수가 미국의 다른 대학보다 훨씬 많다. 

인구의 60%가 시골벽지에 거주하는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 위치한 노던온타리오 대학의 경우 졸업생의 62%가 대부분 벽지에서 가정의학 의사로 재직한다.

연구팀은 "의과대학의 사회적 책무성은 최근 국내에서도 강조되고 있는 대학의 역할"이라며 "해외에서 이 부문 수상을 한 대학들의 공통점은 학교 설립 목적이 지역사회에 대한 서비스이며 대학이 위치한 곳의 인구집단 건강과 건강 형평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팀은 "교육과정 역시 일차 의료와 지역사회기반 실습을 통한 서비스 학습을 강조하며 이에 따라 졸업생의 상당수가 지역사회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로 역할을 한다"고 소개했다. 
 
의대 정원 확대, 정답 아니야…의대 사회적책무 강화 방향 찾아야

해당 대학들이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실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의학교육평가원은 취약지역의 의사수를 늘리고 의료 접근성, 혹은 질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의대 수를 늘리거나 의대정원을 증가시키는 것 보다 기존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윤태영 경희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해당 사례를 보면 의대 수를 늘리거나 의대생 정원을 증가시키는 것 보다 기존 교육과정을 잘 운영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해결책임을 반증한다"며 "기존 교육과정 내 공공의료를 담당할 졸업생의 목표 비율을 설정하고 그 비율에 도달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의과대학의 졸업 성과에서 사회적 책무성은 많이 증가하긴 했지만 아직도 부족한 수준이다. 사진=의과대학 교육 현황 파악을 위한 연구

다만 이는 의과대학 단독으로 시행할 수 없다는 점도 강조됐다. 

윤 교수는 "독자적으로 의대 스스로 이런 부분을 시행하기 어렵다. 신입생선발, 교육과정 운영, 재정지원, 졸업생 관리에 이르는 다양한 제도적 측면에서 관계부처의 적극적인 이해와 협력이 병행될 때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은 의사양성의 특수성이 인정되지 않는 획일화된 입학선발 정책도 비판했다. 입학전형 간소화 정책으로 필기시험이나 성적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게 됐고 이로 인해 학생의 좋은 의사로서의 자질이나 인성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평가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재 의과대학은 소속 대학교의 입학선발 정책의 영향을 받게 된다. 의대 특수성을 고려한 입학선발 정책을 별도로 가지기 어렵다"며 "입학선발에서부터 환자와 사회를 배려하는 학생을 뽑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은 환자와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첨언했다. 

이어 평가원은 "보건복지부는 의대 입학선발과 학생 지원이 단지 교육부의 업무일 뿐 아니라, 의사 양성정책의 시작으로 복지부의 소관이기도 함을 인지하고 정책적 지원을 적극적이고 선도해야 한다"며 "인적성 평가 선발 요소를 구조화하고 면접 위원의 모집이나 예산 등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 안덕선 전 의료정책연구소장은 "해외에선 사회적 책무성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 10~20년 정도 됐다. 국토 자체가 굉장히 넓은 국가들 중에서 설립 취지 자체가 도서지방에 필요한 의료 인프라를 보충하기 위해 의과대학을 신설하고 인력을 양성하는 체계가 보편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캐나다나 미국 등 상황은 우리와 또 다르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매칭시키긴 어렵다. 전체 영토 면적이 수십배 차이난다"며 "해당 대학들을 보면 선발 과정 자체가 다르다. 그러다 보니 성적도 좋고 그 지방에서 계속 살 학생들이 지원한다. 우리나라도 공공의대 1~2개 만드는 것 보다 선발 방법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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