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3.22 12:15최종 업데이트 22.03.2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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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인께, 의대 설립이 아닌 의료인력 활용과 양성의 청사진을 그려주십시오"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보건의료정책]⑭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

윤석열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보건의료정책 

제 20대 대통령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임기는 올해 5월 10일부터 5년간입니다. 윤 당선인은 코로나 대응체계 전면개편과 필수의료 국가 책임제를 주요 보건의료 공약으로 제시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선거 이전 의료계 전현직 리더들의 '대선 후보들에게 제안하는 보건의료정책 어젠다(agenda)'에 이어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보건의료정책' 릴레이 칼럼을 게재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본격적으로 출범하기에 앞서 의료계가 꼭 필요한 보건의료정책을 다시 한 번 선제적으로 제안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①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 "전문가 의견이 반영되는 보건의료정책 수립"
②이철호 전 의협 대의원회 의장 "코로나 최일선에서 의료진의 애로사항과 헌신 헤아리길"
③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국민 생명 지키는 필수의료 살리기가 최우선"
④박성민 의협 대의원회 의장 "직역 간 편가르기 대신 화합과 통합의 사회를"
⑤민복기 의협 대선기획단장 "국민을 위해 의사가 소신 진료할 수 있는 의료환경"
⑥안덕선 전 의료정책연구소장 "저수가 정책기조 버리고 적정한 의료비 지출을"
⑦박홍준 전 서울시의사회장 "의료는 산업발전 수단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
⑧김재연 산부인과의사회장 "전문가 배제된 보건의료정책, 국민들에게 비극과 참사"
⑨서연주 전공의협의회 수련이사 "합리적인 보건의료체계와 의료인력 양성 시스템"
⑩이로운 의협 홍보이사 "선의의 의료행위 위한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⑪장성구 전 의학회장 "의학계·의료계는 보건의료정책 파트너십 발휘하는 전문가 단체"
⑫박상준 의협 대의원회 부의장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정착 시급"
⑬주신구 병원의사협의회장 "전면적인 건강보험 정책 개선과 재정 투입"
⑭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 "의대 설립 아닌 의료인력 활용과 양성 청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은 공정과 상식의 아이콘으로 당선의 영광을 차지했다. 그가 당선되기 전까지의 모습을 보니 뚝심과 배포가 대단한 분으로 보인다. 

그가 지난 서울 유세에서 이야기 했던 말이 기억난다. “병원은 폭리나 취하고 늘 세무조사 해야 하는 집단으로 만들어버리니, 지금 상황에서 병원도 한계가 와서 나자빠지고 있다.”  대통령 후보 중 누구도 자신있게 이야기 하지 못했던 내용이라 귀가 솔깃해졌다. 의료계 내부를 깊이 이해해야 할 수 있는 이야기이자 그만큼 의료계에 대한 애정으로 받아들여져서 고무적이었다.

당선인의 임기 시작에 앞서 우선 2020년 의료계와 정부 사이에 큰 문제가 됐던 공공의대 설립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려 한다. 이는 국가 보건의료정책의 근간인 의료인력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먼저 현재 정치권이 꾸준히 주장하는 의사 수 확충(의대 신설)에 대해 잘못된 시선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정부와 일부 의료학자들이 항상 잘못 인식하고 주장하는 첫번째 문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비 평균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계의 이면을 보면 최근 45세 이하 젊은 의사수의 증가비율이나 OECD국가 의사 수 증가속도와 비교한 여러 자료들에서 의사 수 부족이라는 단순한 주장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

이처럼 수적 오류와 더불어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가지는 완벽한 접근성의 효과로 인해 단순히 의사 수 부족을 일반 국민들이 얼마나 피부로 느끼는지 의문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저수가로 인해 접근성에 대한 경제적 제재의 문턱이 낮고 의사들 또한 그 접근성으로 손실 보존이 이뤄지는 안타까움은 있다.

또 의사가 부족해 지방의료시설이 위축되고 무의촌이 발생하므로 의사 수를 늘려서 해결하자는 일부의 시선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들여다보면 통계 숫자에 집착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다.

각 도별이나 지역별 인구대비 의사 수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를 생각해봐야 한다. 좁은 지역에 많은 인구가 밀집돼 있는 대도시와 넓은 지역에 걸쳐 소수의 인구가 분산돼 있는 지방소도시나 읍면의 단순 비교는 오류의 소지가 다분하다. 

실제 진료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심지어 공중보건의사라는 제도로 인해 우리나라에 의료사각지대(최소한 의사부족으로 인한)라는 곳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다. 덧붙여 교통 인프라 발전과 소득수준 향상으로 대규모 의료기관으로의 접근성은 점점 더 용이해지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에서 의사 수 증가에 초점을 맞춘 의료정책은 지금 의료에서 큰 문제로 다가오는 필수의료에 대한 불균형 해소에는 전혀 실익이 없다.

뜬금없이 의사 수 문제를 통해 필수의료 문제 해결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필수의료 문제는 의사 수가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현재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 보건의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다면 단순한 숫자놀음 보다는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 수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기본적으로 의료를 결정하는 것은 경제적 유인을 위한 요인임을 간과할 수는 없다. 즉, 의료수가와 의료 자율로 이뤄지는 경제적인 이득을 고려해야 한다. 필수의료 또한 민간의료기관에 의지하는 현 시스템에서는 더욱 이런 경제적 이득이 필수의료를 지탱하는 기본이 되는 사실에 색안경을 낄 필요는 없다.

반면 우리나라 공공의료기관(국립병원, 의료원)을 보면 그들이 필수의료에 과연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실제 정부는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과감한 투자 확대와 이를 통한 역량강화를 이끄는 대신 인센티브나 일부 지원 명목으로 민간병원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얻길 원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보건의료 정책에서 의사수 문제는 현재 국내 의료계에서는 핵심 문제가 될 수 없는 어젠다이다.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정치공학적인 주장은 의료 재정의 안정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왜곡돼 있는 의료시스템과 의료시장 구성을 더욱 악화시키는 누를 범할수 있다. 생명을 다루는 진료과의 전공기피와 필수의료를 포기하는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의료공백은 의사가 아무리 배출되더라도 해결될 수 없다.

대한의사협회의 의사 확충 반대 주장을 단순히 이익단체의 몸부림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보건의료정책의 건전한 파트너로 인정하며 접점을 찿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근본적 문제에 대한 인식의 접근이 이뤄지는 정부라면 의료일원화, 의료전달체계의 강화, 비대면 진료 등 훨씬 복잡하고 방대한 문제들도 같이 논의해 볼 수 있다. 의협이라는 전문가집단을 단순 이익을 위해 정책 제안을 하는 단체로 여기지 말고,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보건의료정책 수립 및 실현에 파트너라 생각하길 바란다. 

당선인은 그간 필수의료 국가책임제를 언급하며 응급실, 중환자실, 음압병실등의 수가를 원가보전하고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필수의료인 중증외상센터, 분만실, 신생아실, 노인성 질환 치료시설에도 국민 건강권 확보 차원에서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하겠다는 주장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아울러, 새로운 의과대학을 설립하기 보다는 보건의료 분야의 발전을 위해 관련 인력 활용방안과 인력 양성계획구축에 따른 청사진을 그려주길 바란다. 

끝으로 의사들에게 특권을 베풀 필요는 없고 특별법을 제정해달라고 요구하지도 않을 것이다. 단지 일반 국민과 동일하게 법 적용을 하고 의사이기 때문에 규제와 법을 만들어 더 엄격하게 제한하는 일들은 자제해 달라는 부탁의 말씀을 드려본다. 국정을 운영함에 있어서 보다 열린 생각으로 의료정책을 수립하고 의료계와 함께 심사숙고해서 의료정책의 큰 틀을 같이  만들어 주길 바란다.

지속적인 논쟁을 벌였던 간호사 단독법, 의사면허 박탈법, 공공의대설립과 의사증원 등의 소모적인 의료정책 설계 보다 의료시스템이 파괴되지 않으면서 필수의료의 밝은 미래가 열리는 적정부담, 적정수가, 적정보장이 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 당선인이 의료 백년대계의 초석을 다지는 훌륭한 대통령이 되어주길 바래본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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