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사제 '부정적 인식' 지역의료 전반 확산 우려…10년 의무복무 부담에 입학 후 반수·재수 가능성도”
의대협 최준서 사무처장, 손연우 회장. 사진=KTV 중계 영상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의대생들이 지역의사제 시행을 앞두고 지역의사제 입학생에 대한 낙인효과가 지역의대와 지역의료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의사제 학생이 일반 학생과 구분되면서 열등하다는 시선에 노출되고, 이 인식이 지역의대 전체로 번질 경우 되레 지역 우수인재들이 지역의대를 기피하고 수도권 의대로 지원하는 추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의사제로 입학한 학생들이 10년 의무복무 부담 때문에 입학 후 반수∙재수를 통해 일반전형으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최준서 사무처장은 19일 경상국립대병원에서 보건복지부 주최로 열린 지역의사제 타운홀 미팅에서 “의대생들이 입학 전형과 진로에 따라 일반 학생과 지역의사제 학생으로 나뉘게 된다”며 “이런 입학 전형 때문에 지역의사제 입학생과 졸업생에 대한 국민적 낙인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사무처장은 일본의 지역정원제 사례를 언급하며 낙인효과가 학생들에게 실제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일본에서도 지역정원 입학생들이 입학 전 단계부터 학업 불안을 겪고, 학업적으로 열등하다는 시선에 노출되면서 자존감 저하와 만성적 열등감으로 이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국내에서도 이미 지역인재전형을 둘러싼 갈등과 논란이 있는 만큼 지역의사제 입학생에 대한 인식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는 이런 낙인효과가 지역의사제 입학생과 졸업생에게만 그치지 않고 향후 지역의료와 공공의료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차별화된 커리어 패스∙엄격한 선발과 맞춤형 교육 필요
최 사무처장은 이 경우 지역의사제가 지역 우수인재를 붙잡기보다 오히려 지역의대 기피를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의사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지역의대 전반으로 번지면, 수도권 진학이 가능한 지역 연고 우수학생들이 지역의대 대신 수도권 의대에 지원하는 경향이 더 강해질 거라는 것이다.
지역의사제 입학생의 중도이탈 가능성도 제기했다.
최 사무처장은 “10년으로 규정된 의무복무는 직업적∙공간적으로 구속력이 큰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지역의사제 입학생들이 입학 직후 반수나 재수를 통해 다른 의대 일반전형에 재지원할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그는 “입시생들 사이에서는 10년 의무복무를 피하기 위해 재수∙반수를 할 경우 반환해야 하는 1~2년 정도의 학비는 충분히 감당할 만하다는 의견도 많다”며 “중도이탈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의대협은 이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 지역의사제를 단순한 의대 입시제도가 아니라 공공보건의료 전문 커리어를 제공하는 제도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사무처장은 “현재 국민들이 체감하는 복무형 지역의사제는 지역의료를 위한 전형이라기보다 수도권 입시 과열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지방 의대 입시정책을 만든 것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며 “복무형 지역의사제가 입시제도가 아니라 지역과 공공의료 전문가를 양성하고 차별화된 커리어패스를 제공하는 제도라는 점을 부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무복무를 마친 지역의사제 학생들이 다시는 지역의료와 공공의료에 종사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오히려 지역과 국가의 의료정책을 바꾸고 싶고, 그만한 권한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의지를 갖도록 복무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대학과 의학교육계에는 엄격한 입학전형과 맞춤형 교육과정 설계를 주문했다.
최 사무처장은 “단순히 지역의사제 정원을 모두 채워 입학시키는 것보다 취지에 맞는 학생을 제대로 선발해 교육하겠다는 대학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교육부도 학교별 지역의사제 지원을 평가할 때 단순히 인원을 모두 채웠는지가 아니라 입학전형 설계 방식과 입학생 중도이탈률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학교가 인원 충원 부담을 덜고 제대로 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지역의사제 관련 비용은 건강보험 아닌 별도 재정으로
한편 의대협은 제도 설계 측면에서도 지역의사제 인력의 장기 정착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의사제 인력이 의무복무 후 일반 개원시장으로 유입될 경우 이미 공급이 충분한 영역에서 과잉의료를 유발하고 건강보험 재정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의대협 손연우 회장은 “지역의사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중요한 것은 의무복무 인원이나 기간보다도 의무복무 기간 이후 장기적으로 지역에 정착하느냐”라며 “지역의사제로 추가 유입된 인원들이 일반 개원시장으로 나가면 공급이 충분한 곳에서 과잉의료를 유발하고 건보재정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손 회장은 ▲의무복무 조건의 엄격한 설계 ▲계약형 지역의사제 우선 활용 ▲지역의사제 관련 재정과 건강보험 재정의 분리 등 3가지를 제안했다.
그는 “지역의사제의 정책적 정당성은 미충족 의료수요를 담당할 때 확보될 수 있다”며 “보건소나 의료원처럼 공공기능을 명확히 수행하는 기관으로 복무기관을 엄격히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복무형 지역의사제와 같은)강제적 방식은 제도의 취지가 남용되거나 규제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며 “계약형 지역의사제는 이미 양성돼 있는 인력을 빠르게 활용할 수 있고, 추가 인력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건보 적자 확대 우려도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지역의사제를 위한 비용은 정책 목표를 위한 비용인 만큼 건강보험 재정과 엄격히 분리해야 한다”며 “지역의사의 급여 등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건보재정에서 나간다면 재정 악화 우려가 있다. 정책 관련 비용은 모두 국고나 지방비로 명확히 분리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