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10.31 08:02최종 업데이트 25.10.3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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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 1건당 의료기관은 '38만원' 손해…간호사 인건비도 안 나온다

산부인과학회서 '산부인과 살리기' 정책 제언 쏟아져…중증도별 수가 차등화·인건비 지원 등 필요'

사진=고려의대 설현주 산부인과 교수 발표자료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모든 대학병원은 분만 1건당 38만원의 마이너스를 본다."

정부가 위기를 겪고 있는 산부인과를 살리기 위해 수가 가산 등 정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분만 수가가 일부 개선됐지만 분간 건수가 적은 의료기관은 상대적으로 개선효과가 적어 정책수가 도입 취지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의료기관 분만실, 고위험산모·태아집중치료실(MFICU)는 모두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의대 설현주 산부인과 교수는 30일 대한산부인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수가 가산으로 건당 59만원 인상을 받게 됐다. 이로 인해 지역 분만 기관들은 단비가 내려진 상태고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일부 단비가 내렸다"며 "그러나 고위험 산모를 책임지는 대형병원들은 수가 가산의 수혜를 크게 보지 못했다"고 입을 열었다. 

설 교수는 "수련병원들 분만실 원가 분석을 했던 연구에 따르면 의료 적자 폭이 너무 크다. 외래진료를 빼고 분만실과 MFICU에 있어 9개 민간병원, 국공립병원, 지역병원, 서울 상급종합병원 등 모두 손익이 마이너스 20억원까지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분만이 1200~1800회가 이뤄지는 수련병원 소위, 대형병원들의 (분만) 원가가 11억~13억원 정도 되는데 운영 적자 폭이 모두 적게는 5억원에서 많게는 25억원 정도 수준이었다. 모든 대학병원 분만실은 평균 건당 38만원 마이너스였다. 이 적자 폭은 300~400건 분만이 이뤄지는 병원이 더 컸다"고 소개했다. 
 
사진=고려의대 설현주 산부인과 교수 발표자료


설현주 교수는 분만병원 적자의 이유를 인건비에서 찾았다. 분만을 하기 위한 고정 간호사 인건비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설 교수는 "적자 폭이 커지는 기본 베이스는 간호사 인건비가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의사 인건비는 산과 의사 배치가 유동적이고 촉탁의가 고용돼 있느냐, 전문 스텝인가 등에 따라 차이가 커서 이 부분은 빼고 균일한 간호사 인건비를 조사해 보니 수련병원 4곳의 분만 간호사 인건비가 7억5000만원에서 8억원 정도였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분만 건수가 낮다면 기본 인건비 비중도 높아진다. 만일 분만이 350건 미만이라면 분만 건당 간호사 인건비만 240만원이다. 자연 분만은 고위험 가산이 붙으니 이 정도하면 간호사 인건비 정도를 버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분만에 대한 수가가 2억4000만원이고 정책 가산을 더하면 4억원인데 요새 의료소송을 한 번 하고 나면 17억원이 깨지니 아무리 열심히 해도 큰 소송을 하고 나면 행위별 수가에 대한 지원은 고위험 산모를 담당하는 대학병원 산과 교수에겐 정책적 혜택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학술대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산부인과를 살리기 위한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이날 학술대회에 참석한 다른 전문가들 역시 더 근본적인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분만실 유지 수가 도입 ▲고위험임신부에 대한 진료 수가 현실화와 MFICU 입원료 현실화 ▲제왕절개술 중증도별 수가 차등화 등이다.

강원의대 황종윤 산부인과 교수는 "지역·수요 맞춤형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물론 전반적인 분만 수가를 올린 것도 필요하겠지만 이에 더해 수요가 많은 지역과 고위험 분만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대학병원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며 "대책은 분만실 유지 수가 도입 밖에 없다. 행위별 수가론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분만이 300건도 되지 않는 병원에서 어떻게 수가가 나오겠나"라고 제언했다. 

설현주 교수는 "분만수가 개선 후 분만건수가 적은 기관은 상대적으로 손익 개선 효과가 적어 정책 수가 도입의 취지가 반영되지 못한 한계가 명확하다"며 "고위험임신부에 대한 진료 수가 현실화와 MFICU 입원료 현실화, 제왕절개술 중증도별 수가 차등화, MFICU 입원 중 지속적 태아심박모니터링 인정, 지원기피과 지원금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정재 보험위원회 고문은 "우리나라 시도별로 보면 연간 1만건 이하 분만이 이뤄지는 의료기관이 80%가 넘는다. 그런데 분만 시설을 유지하려면 적어도 한 의료기관에서 50건 이상의 분만이 이뤄져야 의사, 간호사 인건비를 마련할 수 있다"며 "수련병원들 조차 한 달에 50건 분만이 어려운 곳들이 많아서 인력 유지를 위한 인건비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불가항력적 분만 의료사고에 대한 사법리스크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대한의사협회 안치현 보험이사는 "중과실이 아닌 부분에 대한 보상 혹은 배상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며 "먼저 이런 보상들이 생겨야 중장기적으로 법원의 판단들도 지금과는 다른 방향성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김상운 보험위원장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국가책임제를 모든 임상과에서 시작하기 어렵다면 우선 산부인과만이라도 선제적으로 시행한다면 국민들의 저항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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