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대체조제 간소화법(약사법 개정안)이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앞으로 법제사법위원회와와 본회의를 거치면 최종 제정된다.
이 법안은 약사가 처방약 대신 대체약을 조제할 경우, 기존처럼 의사가 아니라 심평원에 통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상 약사는 1~3일 내 의사에게 직접 통보하면 된다. 그러나 개정안이 시행되면 약사가 심평원에 통보하고, 심평원이 다시 의사에게 전달해야 한다.
쉽게 설명하면 춘향이가 몽룡에게 “대체조제 했어요”라고 직접 말하면 될 일을, 굳이 방자에게 시켜서 방자가 다시 몽룡에게 전하라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춘향이는 몽룡이에게 편지만 주면 되니 ‘간소화’라 부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방자만 뺑뺑이 돌리고 몽룡은 소식을 늦게 듣게 되는, 이름만 간소화된 ‘공무원 심부름법’일 뿐이다.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법안이 성분명 처방 논의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약사 편의’를 우선한 입법으로, 본질에서 벗어난 개정안이라는 점이 드러난다.
대체조제 간소화법은 약국의 업무만 줄여줄 뿐, 전체적으로는 비효율만 늘린다. 기존에는 약사가 의사에게 전화 한 통으로 대체조제를 알리면 됐지만, 앞으로는 '약사→심평원→의사'로 전달 체계가 불필요하게 복잡해진다.
더 큰 문제는 통보 지연이다. 지금은 약사가 대체조제 후 3일 내 의사에게 알려야 하지만, 개정안은 약사가 3일 내 심평원에 통보하면 되고, 심평원은 다시 3일 내 의사에게 알리면 된다. 최대 6일까지 지연될 수 있는 구조다.
진료 현장에서는 그 차이가 더욱 크다. 예를 들어 현행법에서는 의사가 환자에게 처방을 내고 한 시간 뒤 외래 직원이 약국에서 대체조제를 했다고 보고한다. 의사는 즉시 약제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약국에 연락한다.
그러나 개정안이 시행되면 의사는 6일 후에야 심평원 메시지를 받는다. 그마저도 확인이 늦어 한 달 뒤에 알게 되는 경우, 즉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뒤늦게 사고로 번질 위험이 있다.
다른 산업에서는 생산에서 소비까지 유통 단계를 줄이는 것이 추세다. 반면 대체조제 간소화법은 그 흐름을 거슬러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던 심평원의 ‘전달 업무’를 새로 만들고, 의사에게는 오히려 부담을 늘린다.
지난달 15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각 부처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낭비성 예산을 과감히 조정하라”고 지시했다. 정부 수장이 효율적 운영을 강조한 시점에, 국회가 ‘심평원 심부름법’을 만들어 불필요한 인력을 소모하고 행정 비효율을 키우는 것은 모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