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대한외과학회 학술대회 ‘전공의 수련 3년제’ 세션에 패널로 참여한 젊은 외과의사들은 “3년제냐, 4년제냐가 아니라 수련교육을 어떻게 체계화할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학회는 91%가 4년제 회귀에 찬성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지만, 젊은 의사들은 핵심은 수련기간이 아니라는 점을 짚은 것이다.[관련 기사=외과학회, 전공의 '4년제' 회귀 찬성 91%]
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강승연 전임의(2년차)는 자신이 전공의 시절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후 겪었던 일들을 언급하며 현 수련교육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강 전임의는 2021년 외과 전공의 수련을 시작했다. 2021년은 2019년부터 3년제로 전환한 외과에서 처음으로 3년차, 4년차가 동시 졸국한 해다.
강 전임의는 “내가 전공의 3년차 때 자신 있게 할 수 있었던 걸 얘기해 보면 중환자 보기, 입원환자 처방 빠르게 내기, 동의서 빠르게 받기, 일과 빠르게 마치기 등에 특화돼 있었다”며 “다른 과 치프 전공의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과연 내가 치프란 타이틀을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지 계속 의문이었다”고 했다.
이어 “내가 1년차일 때 4년차 전공의들이 응급수술을 뚝딱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3년차가 된 나는 다른 과에서 도움을 요청했을 때 혼자서 응급수술을 담당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고 했다.
전문의 됐지만…"요양병원 당직 자신 있게 설 수 있게 됐을 뿐"
그는 “졸국 후 전문의 자격을 따고 전임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회의감이 들었다”며 “친구들과 구직 사이트 초빙 공고를 보는데 외과 전문의 자격을 갖고 취직 가능한 곳이 많지 않았다. 당장 외과 의사로서 요구되는 건 수술할 수 있는 능력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공고를 보고 지원서를 낼 수 있는 건 요양병원 당직뿐이었다”며 “사실 그건 인턴만 해도 할 수 있다. (수련을 받고) 달라진 건 좀 더 자신 있게 요양병원 당직을 설 수 있다는 정도였다”고 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펠로우(전임의)를 하는 계기가 됐고, 지금은 자신 있게 복강경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예전에 4년차 전공의들이 하던 걸 지난해 펠로우 1년차를 하면서 배우고 있다고 느꼈다”고 했다.
이어 “나처럼 (후배들이) 전문의 자격을 따고 나서 취직하려고 할 때 좌절감을 느끼지 않게 하려면, (4년제 전환이 아니라) 지금 3년제에서 수련받고 있는 친구들을 위해 우선 수련교육 커리큘럼부터 체계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며 “전문의를 따면 어디든지 취직할 수 있게 자랑스러운 외과 전문의를 양성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서울병원 송준기 전공의(3년차)는 “3년제 전환 취지 자체엔 공감하지만 성공적으로 정착됐는지는 의문”이라며 “현실적으로 3년의 수련만으로 독립적인 외과 의사로 활동하기 어렵고, 대부분 펠로우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치게 된다. 사실상 5년제 구조가 된 셈”이라고 했다.
이어 “외과 전공 후에도 입원전담전문의, 중환자 전담의, 미용이나 모발이식 등 수술을 하지 않는 외과 의사들이 늘고 있다”며 “3년제로 인한 수술 숙련도 저하가 이런 상황을 가속화하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그는 “세부분과 간 경계도 이전보다 명확해지고 있고, 세부분과 자격이 없는데 해당 분야 수술을 했을 경우 법적 리스크도 커지는 추세”라며 “펠로우를 거치지 않고서는 실력 측면뿐 아니라 법적으로도 충분한 외과 의사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교수님들로부터의 교육이 부재하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다”며 “특히 전공의 입장에서 PA(진료보조인력)들과 역할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고, PA들에게 교육받게 될 때도 있다. 간호사에게 교육받는다면 과연 외과 의사만의 정체성이 뭔지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게 된다”고 했다.
교수 교육 '부재'에 PA에게 교육받기도…외과의사만의 정체성 고민
그는 또 “전문의 백업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라며 “전공의들의 워라밸은 과거에 비해 개선되고 있지만, 전공의들도 평생 전공의는 아니기 때문에 전문의가 된 후의 워라밸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눈앞에 보이는 펠로우는 예전의 소위 ‘전공의 노예 생활’이 그대로 펠로우에게 넘어간 모습”이라고 했다.
이어 “이게 계속되면 결국 교수들도 오프 없이 계속 일을 하는 상황이 되고, 전공의들은 펠로우와 교수들을 보면서 ‘나도 미래엔 저렇게 살게 되겠구나’라고 걱정하게 된다. 전문의 워라밸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전공의를 계속 지원해줬으면 한다는 건 안일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초점은 3년이냐, 4년이냐가 아니라 현재 3년제 안에서 수련을 어떻게 할지, 전문의의 역할은 정확히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이라며 “외과가 젊은 의사들에게 왜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지 못했는지 근본 원인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런 고민 없이 4년제로 회귀하면 오히려 외과 전공의 지원율은 더 하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 전임의는 수술방 어레인지, 입원환자 처방 등도 교육이라 생각하는 기성 세대와 별도의 시간을 들여서 하는 교육만이 교육이라 생각하는 젊은 의사들 사이의 인식에 간극이 있는 것 같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놨다.
강 전임의는 “수술방 어레인지, 입원환자 처방 등도 모두 교육에 포함된다는 입장에는 동의한다”며 “다만 근본적인 문제는 상급종합병원에 환자들이 쏠리기 때문에 발생한다. 만약 수술방을 잡고 입원환자를 처방하는 게 적당한 수라면 교육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수련을 받으면서 느낀 건 교육이라고 하기엔 너무 양이 많았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어 “전공의들이 원하는 건 교수님들께 가르침을 받는 거다. 외과 의사니까 수술방에서 가르침을 받고 싶은 것”이라며 “그런데 교수님들도 당직에다 수술할 환자도 많다 보니 일일이 전공의들에게 설명할 여유가 없다. 결국 수술 건수를 조절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교수님들도 힘들겠지만 전공의들이 바라는 건 그래도 여유를 갖고 몇 케이스 정도는 전공의와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교육을 해주는 것”이라며 “그게 정말 큰 도움이 되고 기억에 많이 남는다. 결국엔 세부분과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