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법원, 지역의사제 위반시 '8000만원 고액 위약금' 조항 불법…"의사 직업선택의 자유·거주의 자유 침해"
일본 소비자단체, 야마나시현 상대 지역의사제 위반시 '위약금 조항 효력 정지' 소송 승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일본 지역의사제 불이행시 의사가 지불해야 하는 위약금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지역의사가 위약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요미우리신문(読売新聞) 등 일본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고후지방법원(甲府地裁)은 지난 20일 야마나시현이 운영하는 지역의사제 위약금 청구 조항의 효력을 정지시키도록 하는 판결을 내렸다.
야마나시현은 2019년 현내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의사제(地域枠等医師キャリア形成プログラム)을 시행하고 있다.
야마나시현 지역의사제는 야마나시대학 의과대학 등 지역 의대에 재학한 학생에게 총 6년간 936만엔(한화 약 8822만)의 학비를 무이자로 대출해주고 졸업 후 현내 병원에서 9년간 복무할 경우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골자다.
다만 지역 복무 규정을 지키지 않거나 복무 기간 만료 전 현 밖으로 나가게 될 경우 대출금을 이율 10%를 더해 즉시 갚아야 한다. 또한 이에 더해 842만엔(한화 약 7936만원)의 위약금을 지불해야 한다.
이에 한 일본 소비자단체는 2023년 고액의 위약금 조항이 '소비자의 이익을 일방적으로 해치는 계약(소비자계약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위약금 조항의 효력을 정지시켜달라"며 야마나시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야마나시현 측은 "의사는 사업자로 소비자계약법이 적용되지 않고 위약금은 대체 의사를 고용하기 위한 현의 손해액을 초과하지 않는다"고 대응했다.
요미우리신문(読売新聞)은 지난 22일 고후지방법원(甲府地裁)이 20일 야마나시현이 운영하는 지역의사제 위약금 청구 조항의 효력을 정지시키도록 하는 판결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재판 과정에서 소비자단체는 지역의사제 위약금이 계약 해지에 따른 현의 평균 손해액을 초과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재판부 역시 해당 주장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의사라도 현의 학자금대출 제도 이용자라면 소비자에 해당한다. 이번 사건이 소비자계약법에 적용될 수 있다"면서 "위약금 조항은 의사에게 현저하게 과도하다. 이는 의사 장래의 직업 선택의 기회를 크게 저해시킨다는 점에서 직업 선택의 자유, 이동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계약서의 서식이 일방적으로 제시돼 내용을 협상할 여지도 없이 소비자의 이익을 일방적으로 해치고 있다"고 판단했다.
판결 직후 소비자단체 측 나카노 가즈코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의사의 지역 편중이나 의료 제도의 문제를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이 사회적으로 분명해져서 다행"이라며 "위약금 같은 위압이 아니라, 의사의 노력에 보답하는 제도로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 일본 법무법인은 해당 판결에 대해 "법원이 '고액 위약금 조항이 평균적인 야마나시현의 손해분을 크게 초과하고 있어 부당하다'고 판단한 사건이다. 지방의료 인력 확보 정책에서 과도한 재정적 부담을 의대생에게 전가하는 조건은 법적으로 인정되기 어렵다는 방향이 제시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우리나라 역시 지역의사제 도입을 앞두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일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지역의사제) 시행령∙시행규칙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한국 지역의사제는 복지부 장관의 승인 없이 의무복무 지역을 임의로 바꾸거나, 의무복무 지역이나 기관이 아닌 곳에서 근무하는 것에 대해 시정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면허가 3개월 정지된다.
또한 지자체장과 복지부 장관에게 근무 상황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거짓 보고한 것에 대한 시정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는 면허가 1개월 정지된다.
시정명령 미이행으로 면허정지를 3회 이상 받거나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면허가 취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