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대 더블링 교육 현장, 강의실·실습·수련 ‘삼중 부담’ 현실화...필수의료·지역의료 부족 개인 의사 탓 아냐"
사진=충북대학교 의과대학 채희복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선다현 인턴기자 고려의대 예2] “충북 출신으로 지역의료에 봉사하려는 계획으로 학교에 입학했는데, 지금은 유급이나 안 당하고 적당히 졸업하고 미국 가는 게 인생 목표가 됐어요.” (충북의대 24학번 한 학생)
의과대학 정원 확대 이후 교육 여건 악화가 현장에서 가시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구체적으로 충북의대는 교육 인프라 확충을 위해 약속됐던 수백억 대 지원도 모두 취소된 상태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한국의학교육학회 공동 주최 세미나가 의과대학 증원과 의학교육의 문제를 주제로 27일 대한의사협회에서 개최됐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충북대 의과대학 채희복 교수는 ‘의학교육 현장의 상황과 문제’를 주제로 발표하며, 충북의대 의예과 1학년 ‘더블링’ 교육 상황과 24·25학번 학생 인터뷰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채 교수는 “충북의대는 서울에서 1시간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아 서울·경기 출신 학생들이 많이 오고, 졸업 후에는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 인턴 정원(TO) 33명 중 13명만 지원했던 사례를 들며, 지역 국립대병원의 인력 공백 문제를 언급했다.
채 교수는 “조규홍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증원을 하면 지방의료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실제로 서울에서 온 학생들이 지역에 남지 않으면 지방 국립대병원이 유지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그는 “증원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갑작스럽게 500명, 1000명, 3000명 등 숫자가 거론되다가 결국 2000명 증원으로 이어진 과정이 체계적 논의 없이 추진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충북의대는 24학번 34명과 25학번 112명이 함께 수업을 듣는 ‘더블링’ 상황으로, 총 150명이 동일 강의를 수강 중이다. 재적 인원은 176명이지만 군입대, 반수 등의 사유로 실제 수강 인원은 150명 수준이다. 그러나 강의실 규모는 100석에 불과해 물리적 수용 한계를 드러냈다.
채 교수는 “전공과목 수업의 경우 강의실이 아닌 강당에서 진행됐고, 나머지 수업은 공대 합동강의실을 빌려 수업을 했다”며 “학생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전했다.
교육 인프라 확충이 약속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채 교수는 “정원이 50명에서 4배 수준으로 확대되며 건축비 140억원을 확보했고, 실험·실습 기자재비 123억원, 2025년 한 해 운영비 35억원도 확보됐지만 정권이 바뀌며 건축 계획이 모두 취소됐다”라며, “3억원만으로 100석 강의실을 176석으로 늘리는 시설 투자를 계획 중”이라고 덧붙였다.
채 교수는 해부학 실습실에 대해서는 “기존에는 6명이 사용하는 테이블 10개가 있었지만, 150명을 수용하기 위해 10명씩 사용하는 17개 테이블로 확장 공사를 진행 중이며 2026년 8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자재 비용과 관련해서도 “기존 35억원 확보 계획이 취소됐고, 1학기에 우선 집행된 14억원만 현재 받아 기자재를 구매했다”고 말했다.
설문·인터뷰 결과…키워드는 ‘교육 질·수련 기회·학사 운영’
채 교수는 2024·2025학번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설문 문항은 ▲예상했던 대학생활인지 ▲더블링 수강 상황에 대한 심정 ▲기타 건의사항 등으로 구성됐다.
24학번은 재학생 38명 전원이 응답했으나, 25학번은 재학생 112명 중 5명만 응답해 학번별 온도차를 보였다. 응답 키워드는 의대교육 분야에서 ‘수업, 교육, 해부학, 본과’가, 임상실습교육에서는 ‘실습 병원, 임상 환자 증례’가 주로 언급됐다. 졸업 후 교육에서는 ‘전공의·인턴 TO, 수련 기회’가, 학사 운영과 관련해서는 ‘학번별 분리 운영, 수업 학점(같은 기준으로 학점을 받는 것에 대한 불만)’이 핵심 키워드로 나타났다.
채 교수의 인터뷰에 참여한 24학번 학생 중 한 명은 “충북 출신으로 지역의료에 봉사하려 했지만 지금은 유급이나 안 당하고 적당히 졸업해 미국 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더블링 상황에 대한 부담도 토로했다. 해당 학생은 “교수들이 병원과 강의실 규모에 맞추기 위해 학생들을 대량 유급시키지 않을까 하는 공포가 크다”고 밝혔다. 교수진에 대한 건의사항으로는 “어차피 수련이 불가능하니 적당히 교육해서 졸업시켜 달라”고 말했다.
다른 24학번 학생은 “48명으로 입학했는데 갑자기 200명 가까운 학생들이 함께 수업을 듣게 됐고, 앞으로 해부학 실습도 걱정된다”고 언급했다. 그는 “서울은 이제 (증원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어) 수련이 가능할 것이니, 서울 쪽에서 수련받고 싶다”는 심정도 밝혔다.
또 다른 학생은 “더블링 이후 수업 분위기가 어수선해졌고 참여도와 집중도가 떨어졌다. 25학번 때문에 자신의 권리가 훼손됐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한 학기 동안도 스트레스가 컸는데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을 생각하면 졸업까지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25학번 응답자들은 상대적으로 큰 불만은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24학번이 차별할까 봐 겁난다”, “시설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유급이 걱정된다”, “암묵적·명시적 차별이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한 “졸업 후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수련 기회를 보장해 달라”고 건의했다.
“원점 재논의 필요…필수의료·지역의료 원인을 의사 개인 탓으로 환원해선 안 돼”
채 교수는 “잘못된 정책임을 인정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라며 “대통령실 지시에 따라 영혼 없이 충성했던 복지부 실무자들이 문책되지 않는 현실이 아쉽다"고 했다.
채 교수는 “의대교육을 정상화한 뒤 필수의료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라며 ""필수의료 기피 현상은 의사로서 소송으로부터 안전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필수의료는 잦은 당직과 환자 사망으로 소송 위험이 큰 반면 보상은 동일하면 누가 선택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의료 붕괴 원인으로는 “1998년 대진료권이 폐지되며 어느 병원이나 갈 수 있게 된 시점부터 지역의료 붕괴는 예견됐다”고 주장했다.
채 교수는 해결책으로 “첫째, 1970년대 건강보험 도입 취지를 살려 대진료권을 복원하고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있다. 둘째, 미국처럼 건강보험으로 보장되지 않는 첨단의료를 개인이 원할 경우 사보험을 통해 보장받는 등 자본주의 의료로 전환하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채 교수는 마지막으로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붕괴 원인을 의사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고, 의대 증원으로 낙수 효과가 발생해 해결될 것이라는 주장은 현실 인식이 떨어지는 오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