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별 의학 교육 가능 능력 달라, 일괄적 증원 어려워…지역의사제 등으로 필수의료 소생 한계
서울의대 강희경 소아과학교실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위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대 강희경 소아과학교실 교수가 "구체적인 증원 규모는 각 대학별로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정부 주도 일괄적인 증원 결정이 자칫 의학교육 현장과 괴리를 키우고 의대들의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취지다.
강희경 교수는 26일 메디게이트뉴스를 통해 "의사 수를 얼마나 늘리는 것 보다 지금 중요한 것이 의사들이 지역·필수 의료 현장에서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재 의대정원 증원 논의가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지금도 젊은 소아신경외과 교수들이 환경적인 문제로 인해 대학병원을 떠나 개원가에서 다른 과목 진료를 하는 사례가 많다. 이런 젊은 의사들이 나가지 않을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잘못된 현재 의료시스템을 가정해 놓고 미래 의료 수요에 맞춰 인력을 늘리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민의힘 이종성 전 의원 자료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36.3%가 소아과 진료를 하지 않고 있다. 즉 필수의료인 소아과 의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소아과 진료를 할 수 없는 환경이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24·25학번이 더블링되는 등 의학 교육의 한계가 지적되는 상황에서 증원이 가능한가'라는 질의에 그는 "의학교육 현실은 대학들이 가장 잘 안다. 지금이 박정희 대통령 시대도 아니고 (일괄적으로 늘리면 되느냐)"며 "자신들의 교육 가능 능력에 따라 증원 규모에 자율성을 주면 자연스럽게 교육 측면에서 창의성도 발휘될 수 있다. 대학별 증원 규모 결정은 학교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의사제'와 '국립의대 신설' 등 정책도 큰 실효성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진단도 나왔다. 특히 해당 정책들로 붕괴 직전인 기피과 필수의료 문제 해결은 더욱 묘연하다는 게 강 교수의 견해다.
관련 질의에 강희경 교수는 "매년 신생아가 25만명 가량 태어난다. 전공의 1인이 5000명씩 담당한다고 해도 적어도 1년에 전공의가 50명 이상씩은 배출돼야 한다"며 "(지역의사제 등 보다) 1년에 50명의 전공의가 소아과에 지원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이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은 무엇인지를 선행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5년 기준 소청과 전공의 4년차는 24명, 3년차 28명, 2년차 24명, 1년차는 27명 뿐이다. 3개 연차 정원이 600명 수준이어야 하지만 실제 전공의 인력이 이에 10%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이 같은 낮은 지원율의 주된 이유로 '낮은 진료 수가'와 '의료사고 법적 부담'을 꼽는다.
강 교수는 "지역의료 문제도 지방자치단체에 재정과 권한을 주면 더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현재 시도지사들은 의료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권한도 없다. 그러나 응급의료 시스템을 보면 대구·경북, 제주 등 지역별로 협의체를 만들어 굉장히 효과적인 모델로 움직이는 곳들이 있다. 이런 식으로 자율권을 주고 지원을 해주면 더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