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체수탁 개편 방향 '존중한다' 표현에 의료계 내부 민심 동요…범대위 내부서도 "활동 없어" 비판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이 11월 11일 검체검사 제도개편 강제화 전면 중단 촉구 의료계 대표자궐기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이 의정갈등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설치를 위한 임시대의원총회 이후 재차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의협이 검체검사 위·수탁 문제,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 등에 있어 패기 있게 강경 투쟁을 예고하고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며 회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다.
검체수탁 개편 12월 건정심 통과 유력…회원 민심 동요 중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위기는 의협이 국회 앞에서 강경 투쟁을 외친 지 하루 만인 11월 17일 수면 위로 떠올랐다. 보건복지부는 17일 '검체검사수탁 인증관리위원회 3차 회의'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의협이 정부의 검체검사 위수탁 개편 방향을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냈고 의료계 내부 민심을 동요하기 시작했다.
의협은 당장 11월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회의 이후까지 협의를 지연하려는 취지였다고는 해명했지만, 정부 의지가 강해 12월 건정심 통과가 사실상 거의 확정적이라는 게 의료계와 정관계 안팎의 중론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검체검사 위수탁 문제는 개원가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얽힌 문제다. 그 만큼 일반 회원들의 분노가 큰 사안"이라며 "만약 정부안대로 제도 개편이 이뤄질 경우 의협 집행부 입장에선 가장 큰 위험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개편 방향을 존중한다'는 표현으로 인해 더 이상의 투쟁이나 정책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 간 힘겨루기 자체가 불가능해진 것 아니냐는 반응이 적지 않다. 사실상 의협이 백기투항하고 '최소한 목숨만 살려달라'고 바짝 엎드렸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주신구 회장은 "싸울 기회와 명분을 잃어버렸다"고 자조하기도 했다.
대한내과의사회 역시 의협의 '존중한다'는 표현을 '을사늑약'으로 평가하면서 의협 견해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내과의사들은 새로운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하면서 사실상 현재 의협 중심의 논의 구조를 인정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범대위 중요한 활동 사안 없어…김택우 회장 투쟁 의지 조차 의심
비상대책위원회를 대신해 출범한 의협 범의료계 국민건강보호 대책특별위원회(범대위)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 역시 의협의 주요 위험 요인 중 하나다.
범대위는 11월 5일 구성체계를 마친 이후, 이슈 별로 산하에 검체수탁대응위원회, 성분명처방저지위원회, 한의사엑스레이저지위원회 등 여러 조직을 만들었다. 특히 이례적으로 의협 내부 주요 부서별로 범대위 산하 위원회 전담 지원을 지시할 만큼 큰 행정력을 범대위에 동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성분명처방 저지위는 의무법제국, 한방 X-ray 저지위는 정책국 불법의료대응팀, 검체위수탁 대응위는 보험국 보험급여팀이 전담으로 지원하고 있다.
보통 범대위나 비대위가 만들어질 경우 내부 직원 개개인을 개별로 파견하는 사례가 관례적인데, 부서를 통으로 산하 위원회에 전담 지원을 지시하는 경우는 드물다.
정작 의협 내 막대한 행정력을 동원하고 있지만 실제 범대위 회의 및 활동 내용은 보면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한 의협 임원은 중요한 결정이 의협 내 극소수 '이너서클' 인사들 사이에서만 이뤄지고 범대위 회의는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는 후문이다.
한 범대위 산하 위원장은 "범대위 3차회의까지 하면서 느낀 점은 딱히 매주 활동 상황을 보고 할만한 중요한 활동이나 행동이 없다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매주 회의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특히 범대위 회의를 거듭할수록 의협 김택우 회장의 투쟁 의지를 의심하는 인사들이 늘고 있다.
또 다른 의협 관계자는 "현재 의협은 투쟁의지가 없다. 최대한 회원들에게 피해가 덜 가게 협상하겠다는 것이 기본 기조"라며 "검책위수탁 대응은 11월 건정심 논의를 막은 것이 그나마 성과이고 12월 통과는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라면 내년 초 정기총회에서 의협 회장 탄핵안이 올라올 가능성이 점쳐진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범대위 황규석 홍보위원장은 "현재까지 범대위는 세 차례 회의를 진행했고 매주 목요일 정례적으로 회의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