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5.29 13:55최종 업데이트 26.05.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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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별수가제 손보는 의료개혁 본격화?…심평원 연구용역, 2030년까지 행위별수가 75% 축소

가치기반 지불 확대 구체적 로드맵 제시…대안적 지불제도 25~30% 확대 목표 제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2024년 의대 정원 확대 정책과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 등 의료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2030년까지 가치기반 지불제도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진료비 지불제도 혁신 로드맵이 제시됐다.

해당 로드맵은 현행 진료비 지불제도에서 행위별수가제 비중을 낮추고 묶음지불, 질·가치 연동 지불, 사람기반 지불 등 대안적 지불제도를 확대하는 구체적 목표치를 담고 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선임연구위원과 여나금 연구위원이 연구책임자로 참여한 ‘진료비 지불제도별 효과평가 등 심층분석 연구용역’ 보고서를 발간했다.

행위별수가제 비중 93.6%…연구팀 “성과의 역설 발생”

연구팀은 보고서를 통해 건강보험 진료비가 2010년 44조원에서 2023년 106조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으며, 2033년에는 2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의료비 증가에도 건강성과가 비례해 향상되지 않는 ‘성과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외래방문 횟수, 입원일수 등 의료이용량은 최상위권이지만, 건강성과 지표는 평균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우려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문제의 주요 원인으로 행위별수가제의 구조적 한계를 지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현재 우리나라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의 83.4%를 행위별수가제가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종별가산, 야간·휴일 가산, 응급가산 등 100여개 이상의 정책가산을 포함하면 비중은 93.6%에 달해 사실상 단일 지불방식 중심의 체계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행위별수가제는 진료량에 비례해 보상하는 구조로, 과잉진료 유인, 예방·건강관리 투자 저해, 의료기관 간 협력 저해 등의 구조적 한계를 가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위별수가제 중심의 진료비 지불제도가 필수의료 위기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상대가치점수 불균형으로 기본진료(입원, 진찰 등), 수술, 처치는 보상수준이 낮고 검체와 영상, 기능 유형은 보상수준이 높다”며 "이러한 보상 격차가 응급실 폐쇄, 분만실 축소, 소아과 폐업 등 필수의료 공급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보고서는 2022년 기준 중환자의학과(55%), 응급의학과(69%), 소아청소년과(79%) 등 필수의료 분야는 심각한 적자 구조인 반면, 방사선종양학과(252%), 이비인후과(139%), 안과(117%) 등 검사·영상 중심 진료과는 높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국내에서도 행위별수가제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7개 질병군 DRG와 신포괄수가제 등 묶음지불제도가 도입됐다. 그러나 각각 전체 진료비의 3.8%, 8.8% 수준에 그쳤다. 특히 신포괄수가제는 15년째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참여기관도 정체 또는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치기반 지불제도 역시 가치기반 진료비 보상,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등의 형태로 도입됐지만, OECD 평균 10~25%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평가됐다.

연구팀은 "현행 진료비 지불제도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수가 및 지불제도 전반에 대한 통합적 모니터링·평가 체계가 부재하다는 점"이라며 "개별 수가의 도입, 조정, 폐지가 체계적인 효과 분석 없이 이뤄지고 있으며, 지불제도 전반의 정합성과 정책 목표 달성 여부를 점검하는 기전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수가체계 개선·시범사업 혁신 병행…2028년까지 10조원 전략 투자 제안

이에 보고서는 건강보험 지불제도 개편 방향으로 ▲지불수준 합리화 ▲지불단위 다양화 ▲지불기준 차등화 ▲관리기전 체계화 등 4대 축을 제시했다.

핵심은 행위별수가 중심의 현행 체계를 질병 특성과 정책 목적에 따라 묶음지불, 성과기반 보상, 사람기반 지불 등으로 다변화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를 위해 ‘Twin-Track’ 실행 전략을 제안했다. Track A는 현행 행위별수가제 체계 안에서 보상 합리성을 높이는 ‘수가체계 개선’ 전략이고, Track B는 새로운 지불방식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시범사업 혁신’ 전략이다.

두 트랙은 병행 추진된다. Track A를 통해 당장의 필수의료 보상 문제를 보완하면서, Track B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지불구조 전환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Track A에는 상대가치점수의 주관적 산정 방식을 원가분석 기반으로 객관화하고, 상대가치점수와 환산지수 체계를 개편하는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는 2028년까지 총 10조원을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공급부족 영역인 응급, 분만, 소아, 중환자 등에 5조원, 수요부족 영역인 예방, 건강증진, 재활 등에 3조원, 의뢰·회송과 케어 코디네이션 등 네트워크 구축에 2조원을 배분하는 구상이다.

Track B에서는 현재 운영 중인 49개 시범사업을 본사업 전환, 통합·재설계, 활성화, 재설계·축소 등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정비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동시에 보상 공백 해소와 점진적 전환을 위해 행위별수가제와 가치기반 지불을 결합한 4대 브릿지 모델을 도입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보고서가 제시한 4대 브릿지 모델은 ▲분만취약지 산모 주치의 ▲에피소드 기반 묶음지불 ▲회복기 재택의료 ▲지역의료혁신 ACO 연계 모델 등이다.

이 가운데 분만취약지 산모 주치의 모델은 등록비, 관리비, 성과보상을 결합해 궁극적으로 등록선불제와 사람기반 지불로 전환하는 방향이 제시됐다. 회복기 재택의료는 퇴원연계비, 재택관리비, 성과보상을 통해 ACO 모델로, 지역의료혁신 ACO 연계 모델은 기본 행위별수가에 협력 인센티브와 절감액 공유를 결합해 인구기반 총액계약으로 전환하는 방향이 담겼다.

행위별수가 70~75%로 낮춘다…성과보상 1.4%→5~10% 확대 목표

보고서는 이를 통해 2030년까지 행위별수가제 비중을 70~75%로 낮추고, 묶음지불제도는 15~20%, 질·가치 연동 지불은 5~10%, 사람 중심 지불제도는 5~10%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지불제도 개편을 통해 필수의료 공급 안정화, 의료 질 향상, 의료비 효율화, 통합케어 촉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원가보전율 제고와 가용성 보상 도입을 통해 응급, 분만, 소아 등 필수의료 공급 기반을 확충하고, 성과기반 보상을 현행 1.4% 수준에서 5~10%로 확대해 의료기관의 질 향상 유인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또한 묶음지불과 이익공유 모델 확대를 통해 불필요한 의료이용을 억제하고, 사람기반 지불과 기관 간 연계 보상을 통해 분절적 진료를 환자 중심의 연속적 케어로 전환할 수 있다고 봤다.

더불어 연구팀은 지불제도 혁신을 총괄하는 범정부 거버넌스 구축도 제안했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계, 학계 등이 참여하는 ‘지불제도혁신위원회(가칭)’를 설치해 혁신 로드맵 이행을 총괄·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연구팀은 해당 보고서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위탁연구 과제로 수행된 연구용역 최종보고서로, 보고서 내용이 심평원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명시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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