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투자자들 달러로 이자 지급 받아 S&P "상환능력에 한계" 러 신용등급 CCC-→CC로 낮춰제한적 디폴트 의미…추가 강등 가능성도 시사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러시아가 달러화로 일부 국채 이자를 지급하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당초 예정된 지급일을 넘기는 등 상환 능력의 한계를 드러내자 일부 신용평가사는 러시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또 한 차례 강등시켰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날 러시아 국채 투자자들에게 이자를 지급했다.
◆유예 기간 內 이자지급…1차 디폴트 위기 모면= 앞서 러시아의 환거래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러시아 정부가 국채 이자 지급을 위해 보낸 돈을 처리해 지급대리인인 씨티그룹에 송금했다고 밝힌 바 있다. 씨티그룹은 이 자금을 확인한 뒤 채권자들에게 분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급 당일인 16일 러시아는 국채 2건에 대한 이자 1억1700만달러(약 1416억원)를 달러로 지급했다고 주장했으나, 서방의 제재로 외화가 동결된 상태여서 실제 채권자들이 이자를 수령했는지는 바로 확인되지 않았었다.
미국은 대러시아 제재에 따라 자국 금융기관과 러시아 중앙은행·재무부 사이의 거래를 금지했으나, 러시아 채권 소유자들이 이자를 수령할 수 있도록 예외를 허용하고 있으며,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이 예외조항은 5월25일까지만 허용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에 러시아 채권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되며 일부 러시아 국채 가격이 상승하기도 했다. 신용부도스와프 가격에 따르면 러시아가 올해 안에 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은 59%에서 57%로 낮아졌다. 지난주까지만해도 디폴트 가능성은 80%에 달했다.
자산운용사인 누버거버먼의 칸 나즐리 이코노미스트는 "현재로선 기술적 디폴트를 배제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기업 부채 등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상환능력 한계 노출…S&P, 러 신용등급 CC로 강등= 이날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CCC-에서 한 단계 낮은 CC로 강등했다. 이날(17일)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S&P는 러시아 국채 투자자들이 제 때 이자를 수령하지 못했다는 고려해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제한적 디폴트' 상태를 의미하는 CC 등급으로 낮췄다.
S&P는 성명에서 "투자자가 자금을 회수할 수 없거나, 채무조건에 명시되지 않은 통화로 지급이 이뤄져 투자자가 대체 지급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이를 채무불이행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밝혔다. 뉴욕 웰스파고의 브렌단 맥케나 전략가는 "이번 등급 강등은 러시아가 채무불이행 위기 직전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러시아의 채권 상환 능력이 약화된 것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P는 러시아 정부가 채무조건에 따라 채무변제를 하지 않거나, 유예기간 내에 채무변제를 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의 외환발행등급을 '선택적 디폴트'로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하나 루블화 채권에 대한 지급을 감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S&P는 또한 러시아가 앞으로 채무 상환과 관련해 기술적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게다가 러시아의 '빚잔치'는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이달 21일 6563만달러, 28~31일 5억4853만달러의 만기국채 원금 및 이자 지급일이 도래하는 데 이어 다음달 4일 21억2938만달러 규모의 국채 원금과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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