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2.03.16 10:10

사우디, 中 수출 원유 위안화 결제 검토…달러패권 흔들리나

미국이 사우디 원유 수입 줄이는 사이 중국, 사우디 '최대 고객' 부상
일각선 압박용 카드일 뿐 현실화 가능성 낮게 봐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으로 수출하는 원유 일부에 대해 위안화 결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관련 논의가 현실화 될 경우, 세계 에너지 시장의 기축통화국으로 지정학적 영향력을 강화하던 미국의 ‘달러패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WSJ은 관련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의 발언을 인용해 "6년여 간 논의했던 위안화 석유 결제에 대해 사우디가 중국과 협의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더해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를 통해 ‘페트로위안’이라 불리는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거래 허용도 고려하는 등 중국에 한발 더 다가서려는 분위기다.
◆경쟁자 된 美, 최대 고객 된 中= 미국이 사우디의 최대 고객에서 경쟁자로 탈바꿈하는 시기에 사우디가 수출하는 석유의 25% 이상을 구입하며 최대 수요처가 된 곳도 중국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사우디 원유 수입량은 1990년대 하루 200만배럴에서 지난해 말 하루 50만배럴 미만으로 급감했다. 반면 중국은 지난해 하루 176만배럴의 사우디 원유를 사들였고, 러시아(160만배럴)가 그 뒤를 이었다.
이와 동시에 중국은 사우디의 자체 탄도미사일 개발과 핵 프로그램 추진을 돕고, 네옴 신도시 개발을 비롯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관심을 기울이는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친 사우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원유의 위안화 결제는 단순한 결제 통화 확대가 아니라 사우디가 미국에 보내는 정치적 메세지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사우디는 예맨 내전에 대해 미국이 자국을 충분히 지원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데다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 핵 합의 복원을 시도하면서 갈등 수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도 악영향을 미쳤으며, 바이든 대통령이 2020년 선거운동 과정에서 2018년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스끄지의 피살사건의 배후로 사우디 왕실을 지목하면서 양국 관계는 더욱 악화했다. 최근에는 미 백악관이 바이든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왕세제 간 통화를 주선하려 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리얄화 달러에 연동…압박용 카드라는 진단도= 하루 620만 배럴의 원유를 달러로 거래하는 사우디가 자국산 원유의 4분의 1 이상을 수입하는 중국에 위안화 결제를 허용한다면 국제 원유시장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다. 전 세계 석유 판매량의 80% 가량은 달러로만 결제가 이뤄지며, 이 같은 체제는 1974년 닉슨 행정부 당시부터 이어져 온 미국의 ‘페트로달러’ 체제를 굳히며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영향력을 더욱 공고히 해 왔다.
사우디에 이어 다른 산유국들마저 위안화 결제에 동참할 경우 미국의 달러 패권이 흔들릴 수 있다. 국제안보분석연구소의 이코노미스트 갤 루프트는 "원유시장, 더 나아가 전체 글로벌 원자재 시장은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 대한 보험정책"이라면서 "그 벽돌을 빼면 벽 전체가 무너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우디와 중국 간 논의가 현실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위안화 결제는 그간 미국과의 갈등에서 자주 등장했던 압박용 카드였다는 이유에서다. 미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가능성이 아주 높지는 않다"며 "(위안화 결제는) 사우디가 자주 꺼냈던 단골소재"라고 진단했다. 북유럽 최대은행인 노르데아의 위톨드 바흐케 선임 매크로 전략가 역시 "지난 몇년 간 달러화의 종말을 부르려는 시도는 실패해왔다"면서 "이것 역시 또 한번의 실패한 시도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우디가 자국 리얄화를 달러에 연동시킨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어 위안화 결제가 국가 경제 전반에 타격을 준다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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