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2.03.07 09:37

[르포]"쌀 때 사두자"… 주말 대형마트 '맥주런'



[아시아경제 구은모 기자] "요즘 안 오르는 게 없어서 맥주 값 오른다는 게 새삼 놀랍진 않아요. 맥주 회사들도 사정은 있겠지만 마시는 입장에선 가격 인상이 영 달갑지 않죠. 최대한 사다 쟁여두는 것 말고는 당장은 방법이 없네요."
국내 맥주시장 1위인 오비맥주가 오는 8일부터 카스, 오비, 한맥 등의 출고 가격을 평균 7.7% 인상하고,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등 경쟁사들의 제품 가격 인상도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격 인상 전에 미리 맥주를 구매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6일 오후 서울 강서구 이마트 가양점. 주말을 맞아 아내와 함께 장을 보기 위해 마트에 들렀다는 50대 A씨는 진열대에서 1.6L 페트병이 여섯 개씩 묶인 맥주 두 박스를 꺼내 쇼핑카트에 쌓아올렸다. 그는 "국산맥주가 예전부터 마시던 거라 익숙한 것도 있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부담 없이 마시는 것도 있는데, 이렇게 계속 오르면 가격 면에서 매력이 좀 떨어지지 않나 싶다"며 "일단 오늘은 차를 가지고 나온 김에 평소보다 더 사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날 오후 홈플러스 강서점에서도 주류코너 간이진열대에 쌓여있는 맥주들이 늘었다 줄었다가를 반복했다. 소비자들은 오며가며 맥주를 집어 들어 카트와 바구니에 옮겨 담았고, 직원들은 맥주가 빌 때마다 빠르게 채워 놓았다.
생필품 구입 차 나왔다는 30대 B씨는 이날 ‘가성비’를 강조하며 특가 판매하고 있는 여덟 캔 들이 맥주 5팩을 카트에 옮겨 담았다. 그는 "요즘엔 집에서 술 마시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많아진 것 같다"며 "퇴근하고 맥주 한 잔 하는 게 낙인데 그마저도 더 부담이 되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안 마시면 그만이라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고 이참에 좀 줄여야겠다는 생각은 든다"고 덧붙였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박모씨는 "다음 주부터 맥주 값이 오른다고 하는데다 주말이기도 하다보니 가격이 오르기 전에 미리미리 챙겨 가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며 "물건이 빠질 때마다 계속해서 채워 넣고 있다"고 했다.
선두업체가 인상에 나서면서 경쟁사들도 조만간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트와 테라를 판매하는 하이트진로와 클라우드를 판매하는 롯데칠성음료는 가격 인상 요인이 있다면서도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업계 1위 업체가 이미 가격을 인상한 만큼 인상 자체는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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