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2.02.27 16:30

[송승섭의 금융라이트]러시아 제재 스위프트가 '금융 핵무기'인 이유

금융은 어렵습니다. 알쏭달쏭한 용어와 복잡한 뒷이야기들이 마구 얽혀있습니다. 하나의 단어를 알기 위해 수십개의 개념을 익혀야 할 때도 있죠. 그런데도 금융은 중요합니다. 자금 운용의 철학을 이해하고, 돈의 흐름을 꾸준히 따라가려면 금융 상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합니다. 이에 아시아경제가 매주 하나씩 금융이슈를 선정해 아주 쉬운 말로 풀어 전달합니다. 금융을 전혀 몰라도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로 금융에 환한 ‘불’을 켜드립니다.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격화되면서 국제사회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향해 강도 높은 국제제재를 단행할 방침입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스위프트에서 러시아를 제외하는 거죠. 스위프트가 과연 뭘까요?
스위프트(SWIFT)란 ‘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의 약자입니다. 한글로 번역하면 ‘국제은행간통신협회’입니다. 일종의 단체라는 거죠. 1977년 유럽과 미국의 은행들이 국가 간 자금거래를 위해 설립했습니다. 현재 벨기에에 본부를 두고 협회에 가입한 회원사들이 운영하고 있고요.
스위프트의 역할은 간단합니다. 안전한 글로벌 금융거래죠. 스위프트는 세계 여러 나라의 은행이 다른 금융기관과 송금할 수 있는 연결 네트워크를 제공합니다. 스위프트가 직접 정한 코드가 있어야 하고 암호화된 특수 금융메시지로 자금을 거래하므로 안전합니다. 미국, 네덜란드, 스위스 등에 데이터센터가 분산돼 있어서 연결망에 문제가 생길 위험도 없고요.
그래서 많은 나라와 은행이 스위프트 연결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협회에 돈을 내고 안전하게 국제송금을 이용하는 거죠. 출범 당시 239개 은행으로 출발했는데, 현재는 200개가 넘는 나라와 1만1000여개에 달하는 금융기관이 이용 중입니다. 은행끼리 교환하는 금융메시지만 하루에 1500만건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란이나 북한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 세계가 스위프트를 쓰는 거죠.
국제금융 왕따 된 러시아…'강력한 한방' 될까스위프트에서 제외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국제사회에서 돈을 주고받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기업이 상품을 만들어 물건을 수출해도 스위프트에 가입돼있지 않아 대금을 받을 수 없게 됩니다. 국민은 국외로 송금하는 게 어려워지고요. 정상적인 해외 대출과 투자도 불가능해집니다. 그렇게 되면 외국인들도 투자를 꺼리겠죠. 물론 갖가지 우회 방법이 있긴 하지만 효율성이 떨어져 비용이 커지고, 보안도 낮아 위험한 거래를 감수해야 합니다.
금융전문가들이 스위프트 제외를 ‘금융권의 핵무기’라고 부르는 것도 그만큼 타격이 크기 때문입니다. 스위프트를 이용해 실제 제재를 가한 사례도 있습니다. 2012년 이란이 핵 개발을 시도했을 때죠.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이란의 중앙은행과 30개 금융사, 기업을 스위프트에서 제외해버렸습니다. 이란은 석유나 가스를 팔아 수입을 올려 왔는데 스위프트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돈을 받기 어려워져 국가 경제가 큰 타격을 입게 됐고요.
러시아도 스위프트 제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현지시각으로 26일 러시아의 스위프트 결제망 제외 조치를 EU 등 우방국과 합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러시아 제재 중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제재에 다소 소극적이라고 알려졌던 이탈리아나 독일도 입장을 바꿔 제재에 동참했고요. 러시아 중앙은행은 국제보유고에 6430억달러(774조5000억원)를 가지고 있는데, 여기에도 접근할 수 없게 돼 피해가 클 수밖에 없죠.
일각에서는 역풍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공고해지고 달러 중심의 국제금융 질서에 균열이 갈 수 있습니다. 중국은 스위프트가 아닌 자체결제 시스템도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스위프트를 이용하지 않아도 러시아와 금융거래를 진행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러시아가 금융거래를 위해 중국을 우회통로로 사용하게 되면 두 국가 간의 관계가 긴밀해지겠죠. 러시아 기업과 은행에 돈을 빌려준 국제사회도 문제입니다. 스위프트에서 탈퇴된 만큼 돈을 돌려받기 어려워집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외국은행이 러시아 기업에 빌려준 돈이 1210억달러(145조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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