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2.02.17 11:01

[1mm금융톡]"부르는 게 값"…90년대 농협은행 키보드에 열광한 MZ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농협은행원이 쓰던 키보드가 주목을 받고 있다. 키보드에 애칭이 붙고 가격과 상관없이 구매하겠다는 이들까지 등장했다. 수십년이 지난 구식 키보드지만 레트로 열풍에 ‘카드 리더기’라는 편리한 기능까지 탑재돼 있어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및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특정 구식 키보드를 구매하고 싶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2000년대 이전 농협은행 직원들이 창구에서 금융업무를 볼 때 사용하던 키보드다.
독일 키보드 제조업체 체리사가 주문자위탁생산(OEM) 방식으로 만든 제품으로 정식 명칭은 MX-8000이다. 국내 제작은 LG에서 맡았다. 현재는 단종된 상품이다. 업무용이기 때문에 일반 키보드와 달리 ‘입금’·‘지급’·‘(시재)마감후’·‘수신가’ 등의 키가 있다. 상단에는 마그네틱 카드 리더기가 부착돼있다.
해당 키보드는 전 시중은행에서 널리 쓰였지만 2003년 은행권에 IC카드 시범도입 제도가 시행되면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은행 금융정보화추진 은행소위원회는 취약한 보안을 이유로 ‘띠’를 긁는 마그네틱 방식 대신 ‘칩’을 꽂는 방식의 카드로 전환하는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이때 다른 시중은행들은 쓰고 있던 키보드를 전량 폐기해버렸기 때문에 매물 자체가 없는 상태다. 반면 농협은행의 경우 키보드를 교체할 당시 해당 제품을 대량으로 창고에 쌓아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한 익명의 업자가 찾아내 2010년대 중반부터 옥션에 풀면서 민간에서 구매할 수 있게 됐다. 키보드에 붙은 ‘주옥션’이라는 애칭도 ‘주로 옥션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뜻이다.
MX-8000 키보드는 2010년대 중반만 해도 일부 마니아층이 수집을 목적으로 간간이 사던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유튜브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마그네틱 카드 리더기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요가 확 커졌다. 특히 마그네틱 카드와 같은 원리를 사용하는 삼성페이 이용자는 키보드에 부착된 카드 리더기로 손쉬운 로그인이나 인터넷 결제가 가능하다.
이에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물량이 풀리면 2만~3만원대로 구매할 수 있었던 키보드는 출시 후 수십년이 지난 매물도 10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아예 원하는 가격을 부르면 사겠다는 이들도 등장했다. 높은 인기에 현재는 중고물품 물량도 모두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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