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대 석유화학 산업단지인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여천NCC 공장에서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회사가 중대재해법상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제대로 준수했지와 이로 인해 사망사고가 발생했는지 등이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12일 정부에 따르면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와 광주노동청 근로감독관 등은 전날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여천NCC 3공장 전체에 작업 중지를 명령하고 사고 수습과 재해 원인 조사를 진행 중이다. 고용부는 이번 사고의 심각성을 고려해 신속한 사고수습과 재해원인 조사를 지원하고자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도 가동했다.
여천NCC의 상시 근로자 수는 약 960명으로 중대재해법 적용 사업장이다.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의 사업장에서 노동자 사망 등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혐의가 입증되면 여천NCC는 석유화학 기업 중 중대재해법 첫 적용 사례가 될 수 있다.
안전 의무 준수했나…경영책임자 처벌 관건
전남소방본부와 여수시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26분 여수시 화치동 여천NCC 3공장에서 폐열을 재활용하는 열교환기 1대가 압력테스트 도중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여천NCC 작업관리자 하모씨(58) 등 4명이 숨지고 박모씨(45) 등 4명이 다쳤다. 열교환기가 폭발하면서 무게 1t 가량의 원형 금속덮개가 날아가 주변에 있던 근로자들을 덮쳤다. 사상자 중 하씨 외에는 모두 협력업체 소속이다.
고용부와 경찰은 현장에서 안전거리 확보 등 안전 지침이 제대로 지켜졌는지와 회사가 중대재해법상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준수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경찰은 안전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정황이 있다고 판단해 여천NCC 관련자 등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통상 압력테스트할 때에는 작업 반경 내에 근로자 출입이 제한되지만 사고 당시에는 작업자들이 작업 공간 안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에 따르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안전 확보를 위해 ▲재해 예방에 필요한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이행 ▲재해방지 대책 수립·이행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가 관계 법령에 따라 개선 시정 등을 명한 사항의 이행 ▲안전·보건 관계 법령상 의무 이행에 필요한 조치 등을 해야 한다.
의무를 소홀히 했고, 이로 인해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는 것이 입증된다면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앞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삼표산업의 경우 지난 9일 이종신 대표이사가 입건된 바 있다. 이에 최금암 여천NCC 대표도 사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가족들께 깊은 위로를 드린다. 사고 수습에 만전을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사망사고 빈번…엄격 수사 불가피
여수산단은 국내 최대 석유화학공업단지이지만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아 '화약고'로 불린다. 지난해 12월 석유정제 공장인 이일산업에서 원료탱크가 폭발해 작업자 3명이 사망하는 등 지난해 여수산단에서만 22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대형로펌 중대재해 분야 A변호사는 "사고 사례가 많은 회사라면 고용부 등이 수사를 하면서 회사가 재발방지 조치 의무를 소홀히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계에서도 잇따른 중대재해 발생에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노총 전남지역본부와 여수시지부, 화학섬유노동조합, 플랜트 건설노조 등으로 구성된 '여수산단 여천NCC 폭발사망사고 중대재해기업처벌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12일 성명을 내고 "재발 방지대책이 확실하게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도 성명을 통해 "여수산단은 화약고라고 불릴 만큼 중대재해가 끊임없이 발생했고 같은 사업장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강력하게 요구한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벌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각종 꼼수와 편법이 없도록 노동조합과 전문가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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