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임춘한 기자] "오늘 자가진단키트를 구매하셨거나 파는 곳을 아시는 분 있나요. 선별진료소에 가면 무료로 준다고 하는데 사람이 너무 많네요. 아이 유치원 등원하기 전에 하고 오라는데 맞벌이라서 꼭 필요합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고, 진단검사 체계가 자가진단검사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유통가에서 자가진단키트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당장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자가진단키트를 구하기 어려워졌고, 온라인몰에서도 일시품절로 가격이 오르는 등 제2의 마스크 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4일 서울 중구 충무로역 인근 편의점 10곳을 찾았지만 자가진단키트는 1개도 구할 수 없었다. 편의점마다 "지금은 다 떨어졌다" "재고가 없다" "상품 발주도 내일이나 돼야 가능할 것 같다" 등의 답변만 돌아왔다. 정부는 자가진단키트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품절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전국 선별진료소에서는 60세 이상 등 우선 검사 대상자가 아닌 경우 기존 유전자증폭(PCR) 검사 대신 자가진단키트를 통한 신속항원검사를 받게 된다. 그러나 이곳에 사람들이 급격하게 몰리면서 불안한 심리에 직접 자가진단키트를 구매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 편의점에서는 지난달 26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1만명대 돌파를 기점으로 자가진단키트 판매가 크게 증가했다. CU에서는 자가진단키트 매출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월 대비 12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GS25에서는 12배, 세븐일레븐에서는 9배 증가했다. 자가진단키트를 배달 주문 서비스를 이용해 구매하는 비대면 수요도 늘었다. CU에서는 배달 판매가 13배, GS25에서는 23배 증가했다.
현재 일부 편의점에서는 자가진단키트 수요 폭발에 입고 자체가 중단됐고, 하루 발주량 제한 등 매장으로 나가는 물량 조절에 나선 상태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유통기한이 있는 상품이라 업체에서 미리 만들어 놓을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갑자기 수요가 늘면서 마스크처럼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현재 생산되는 물량도 정부 쪽으로 먼저 공급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일시 품절 및 가격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 당초 오픈마켓에서는 자가진단키트 수요가 많지 않아 할인 경쟁이 치열했다. 그러나 자가진단키트 구매 대란이 일어나면서 올해 초 3000원대까지 떨어졌던 가격은 다시 1만원대까지 올랐다. 오픈마켓 관계자는 "판매자들이 올린 상품은 대부분 품절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정부 정책이 바뀌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자가진단키트 판매처 공유가 빈번해지고, 개인 간의 거래까지 일어나고 있다. A씨는 "자가진단키트를 미리 사놓을 걸 그랬다. 주변에 찾아봤더니 없다"며 "여유분 있으면 판매할 분이 있느냐"고 하소연했다. B씨는 "아침에 미리 사놓은 게 있다"며 "지금 너무 급하시면 1개는 팔 수 있다"고 말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