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09.01 11:57

2일전 지정된 신규택지, 3년전 이미 '투기 씨앗' 뿌려졌다




"여기가 몇 년 전에 한참 떠들썩했어. 2018년에 개발된다고 정보가 돌았지. 그 이후로 올해 개발이 된다, 내년에 된다, 5년이내에 된다 떠들썩했어. 그때 외지인들 다 들어오면서 땅 소유주가 지금 많이 바뀌었지." (의왕 초평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586만㎡ 규모로 3차 신규 공공택지 중 최대 규모인 의왕·군포·안산(의·군·안)지구 일대 중개업계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말은 "최근 몇년새 외지인의 토지거래가 급격히 늘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2018년'이 토지거래의 분수령이라고 했다.
신창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이 그해 9월 보도자료를 통해 경기 과천·안산·광명·의정부·시흥·의왕·성남 등 8곳의 신규택지 후보지를 정부 발표에 앞서 공개해 논란을 빚었던 시점이다.
신 의원은 개발 정보 사전 유출 논란으로 결국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이 일대는 택지지구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이후 토지거래는 급격히 증가했다.
결국 이 일대는 3년여가 지난 시점에 뒤늦게 택지지구로 확정되면서 당시 싼값에 땅을 사들인 외지인들은 토지 보상의 최대 수혜자가 된 셈이다.
◇투기, 대규모 택지조성 때마다 반복= 정부가 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를 조성해 발표할 때마다 투기 논란은 되풀이되고 있다. 올초 3기 신도시 중 광명시흥지구가 대표적이다. 한국토지공사 임직원 13명이 신도시 발표 1~3년 전 지구내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에는 용인 죽전지구에서 한국토지공사 직원 2명이 72억원의 토지를 분양받은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처럼 반복되는 사전정부 유출 의혹, 투기 논란은 현행 국토개발계획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규모 신도시·택지개발을 위해서는 땅값이 저렴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나 농업지역이 사업지로 검토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동시에 서울 접근성이 높은 지역 등을 찾아보니, 수도권 주변에서 개발 가능한 지역은 사실상 제한돼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신규 택지 후보지를 검토할 때마다 매번 거론되는 지역은 대동소이하다. 굳이 사전 개발 정보가 없더라도 투기세력은 어느 정도 개발 대상지를 예측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전 정보? "땅만 보면 안다"= 일선 중개업계는 사실 수도권 일대 택지지구 개발 정보는 다 공개됐다고 해도 무방하다고 보고 있다. 한번 후보지로 검토된 곳은 시기가 문제일 뿐 개발은 기정사실이라는 것이다. 실제 광명 시흥지구만 하더라도 이명박 정부 당시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했다가 취소했던 땅이다. 사전 투기 우려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대안이 없다 보니 결국 택지지구로 지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땅 투기는 정보 문제가 아니라 여유자금을 얼마나 오래 묶어둘 수 있는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족한 공급을 수도권 내 신규택지로만 고집하다보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제대로 된 계획을 수립하기보다는 공급 가능한 땅을 이곳저곳 남발해 지정하다 보니, 조금이라도 개발 가능성이 보이는 곳으로 투기 수요가 몰리게 된다"고 했다.
정부주도의 대규모 택지개발이 사실상 '투기의 대기수요'를 만들어낸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과거부터 신도시 등 신규택지를 공급하겠다는 홍보와 시그널이 과도하다보니 투기 수요와 자금을 불러들이는 꼴"이라고 말했다.




◇신도시 대신 기존 도시 재개발·재건축 대안도= 주택 공급 수단으로 신도시·대규모 택지 개발이 지속가능한 정책인지에 대한 물음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도시 외곽에 막대한 돈을 들여 인프라를 조성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차라리 노후화된 도시를 재개발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이미 일부 지역의 경우 서울과 거리가 멀어 수요자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민간정비사업을 통해 대규모 택지개발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가령 분당 옆에 광주 태전신도시를 건설하기보다는 차라리 분당 재건축 통해 공급을 늘리는 게 낫다"고 했다.
그는 "분당은 이미 기존 인프라가 구성돼 있는 반면, 태전의 경우는 새로 인프라를 조성해야 하고 사회적 비용도 더욱 많이 든다"고 했다. 기존 1·2·3기 신도시는 물론 서울 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을 늘리는 게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고 교수는 "수요가 서울에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자꾸 서울 주변을 개발하려고 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며 "국토의 종합관리 자체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조 교수도 "도시 내 재개발·재건축을 완화하는 정책 기조를 가져가면 충분한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투기 수요들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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