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소득이 전혀 없는 10대 후반의 A씨는 음식점을 창업하면서 수억원의 보증금과 인테리어 비용을 창업자금으로 썼다. 음식점 매출이 많지 않았는데도, 이듬해에 수십억원대의 고가주택을 취득했다. 고액자산가인 아버지 B씨로부터 창업자금과 주택자금을 받고도 증여세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이 확인돼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게됐다.
최근 들어 20대 이하 연소자의 주택 취득 건수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국세청이 편법증여를 통해 주택을 취득한 연소자 등에 대한 탈세혐의 세무조사에 나선다.
◆20대 이하 연소자 주택구매 급증= 국세청은 19일 최근 증가한 연소자의 주택 취득 거래내역을 정밀 분석한 결과 편법증여를 통해 주택을 취득하는 등 다수의 탈세혐의를 포착,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총 97명으로 소득이 전혀 없거나 사회생활 초기로 자금을 마련할 여력이 없는 연조사(51명)와 사업체 소득 탈루 및 법인자금 부당 유출로 아파트를 취득한 사업자 46명 등이다.
이번 세무조사는 최근 20대 이하의 주택 거래 증가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 과정에서 비롯됐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주택 거래량 자체는 지난해 4분기를 정점으로 감소 추세에 있으나, 20대 이하의 취득건수는 오히려 늘고있다.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작년 2분기 4.3% 수준에 불과하던 것이 올해 2분기에는 6.1%까지 뛰었다.
특히 상대적으로 주택 가격이 더 고가인 서울 지역에서 취득 비중이 더 높았는데, 작년 2분기 4.6% 수준에서 올해 2분기 6.9%까지 뛰었다. 국세청은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보유 과세정보를 활용해 주택 거래 관련 탈세혐의를 분석, 일부 편법사례를 확인했다.
◆아빠찬스 쓰고 증여세는 안낸 10대 등 포착= 이번 조사 대상 가운데 고가의 아파트 취득자금 편법증여 혐의를 받은 연소자는 40명에 달한다. 소득이 미미한 연소자가 고가의 아파트 등을 취득하면서 증여세 신고 없이 부모 등 특수관계자로부터 취득자금을 편법증여 받은 혐의가 있거나, 임대 보증금을 승계해 취득(일명 갭투자)해놓고도 보증금 외의 매매대금을 부모가 지급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등이 해당됐다.
이들의 투자는 빌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최근 빌라(다세대·연립) 거래량은 1월 1만7338건, 2월 1만7929건, 3월 2만111건, 4월 2만929건, 5월 2만2551건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세청은 10대~20대 초반의 연소자가 고액의 부채를 부담하거나 전세를 승계(갭투자) 하면서 빌라를 취득한 경우 등을 확인하고 자금출처를 분석한 결과, 취득자금을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혐의가 있거나 다주택에 따른 규제 등을 회피하기 위해 부모가 자녀 명의로 취득한 것으로 의심되는 11명을 조사대상으로 선정했다.

◆회삿돈 빼돌려 재건축 아파트 매매도= 이와 함께 국세청은 수도권 주요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 대한 거래 동향도 모니터링했는데, ▲자금 여력이 부족한 연소자 등이 고가의 아파트를 취득해 편법증여 받은 혐의가 있거나 ▲신고소득이 미미해 운영하고 있는 사업체의 탈루 소득으로 아파트를 취득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법인의 자금을 부당 유출해 고가의 재건축 아파트를 취득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 등 자금출처가 불분명한 46명을 조사대상으로 함께 선정했다.
국세청은 "연소자의 경우 취득자금을 부모 등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증여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 자금의 흐름을 끝까지 추적해 정밀하게 검증하겠다"면서 "조사과정에서 실제 차입금으로 인정된 부채의 경우 부채 자력변제 여부를 철저히 사후관리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소득 누락 혐의가 있는 사업자에 대해서는 신고내역을 면밀하게 검증해 수입금액 누락, 가공경비 계상 여부는 물론 부당한 회계처리를 통한 자금유출 여부 등을 철저하게 검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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