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송승섭 기자]국내외를 가리지 않는 공격적인 기업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려온 금융지주사들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 및 국내 금융당국의 자본확충 유도 등의 이유로 일시적 M&A 한계에 부딪혔다. 금융업 경계를 허물며 적극적인 영역 확대에 나서고 있는 인터넷은행, 빅테크(대형정보통신기업)의 공습에 대항하기 위해 비은행 M&A를 통한 사업다각화가 절실하지만 진행이 더뎌 향후 혁신금융에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19일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에 따르면 국내외 M&A는 기존 진행분의 마무리 작업을 제외하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현재까지 M&A 대어(大漁)를 낚는데 진척이 없는 상태다. KB금융은 지난해 8월 2조3400억원을 투입해 보험업계 대어로 꼽혔던 푸르덴셜생명보험을 인수한 게 마지막이다. 올해 1월 KB국민카드가 제이 핀테크 지분 50.99%를 인수하는 M&A 성과를 냈지만 규모로 따지면 240억원 수준으로 미미하다.
앞서 2016년 현대증권 인수를 통해 현대증권과 KB증권 간 합병을 진행한 데 이어 2017년 공개매수와 주식교환을 통해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2018년 7월부터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지분을 사들여 지금까지 4000억원을 투입, 최대주주가 됐고 지난해 상반기에는 캄보디아 소액대출회사 프라삭 MFI, 인도네시아 할부금융사 순인도 파라마 파이낸스 등 해외 금융사 지분을 잇따라 인수하는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신한금융지주 상황도 비슷하다. 2018년 9월 오렌지라이프 지분 59.15%를 2조2989억원에 인수한 신한금융은 같은해 10월 아시아신탁 지분 60%도 1937억원에 사들였다. 이후 잔여지분 인수 및 자회사 편입 절차를 밟으며 비은행 사업부문을 확대했다. 2018~2019년 베트남 소비자금융회사 PVFC, 인도네시아 자산운용사 아키펠라고 등 해외 금융사 M&A에도 활발히 나섰고 지난해 8월에는 두산그룹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매물로 내놓은 벤처투자회사인 네오플럭스를 인수했다. 하지만 그 이후론 올해 1월 네오플럭스 잔여지분 인수에 3억6000만원을 쓴 것 외에 뚜렷한 M&A 성과가 없다.
코로나19에 교류·해외출장 중단…"포트폴리오 완성된 측면도"하나금융은 2018년 2월 하나캐피탈, 2019년 11월 베트남투자개발은행, 지난해 2월 더케이손해보험 인수 이후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M&A 보다는 인수 회사와의 시너지 극대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우리금융도 2019년 1월 지주사로 출범한 이후 같은해 동양자산운용, ABL글로벌자산운용, 국제자산신탁 인수와 지난해 12월 아주캐피탈 인수를 진행하는 등 공격적인 움직임에 나선 후 올해는 추가적인 M&A 없이 우리금융캐피탈 완전 자회사 편입 마무리 작업에 집중했다.
그동안 M&A를 통한 비은행부문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금융지주의 몸집을 키우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시작 이후 이미 추진 중이었던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현재까지 올스톱 상태인 셈이다. 코로나19로 해외 M&A 매물 찾기에 제약이 생긴 데다 국내에서는 규제 리스크 확대로 과거 대비 비은행 금융사를 인수하기 어려워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급격하게 풀린 돈이 비은행 금융사의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져 M&A 매물이 줄어든 영향도 작용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최근 M&A가 주춤해진 것은 그동안의 적극적인 행보로 그룹 내 포트폴리오가 어느정도 완성 단계에 놓인 영향도 있을 것"이라며 "글로벌 영역 확장 측면에서 해외쪽 지분인수가 더 나올 수 있었는데, 코로나19로 해외출장이 중단되는 등 교류에 제약이 생긴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전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