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Fed, 연내 자산매입 축소 시작 시사韓 금리인상도 임박.. 안전자산으로 자금 쏠려국내 외국인 매도세, 美 증시도 휘청
[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송화정 기자, 김은별 기자] 역대급 돈잔치가 끝나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시작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Fed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 한국은행의 8월 금리인상설 등 곳곳에서 유동성 파티를 끝내려는 신호가 나온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돈풀기의 끝이 보이는 만큼, 투자자들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식·코인 등에서 빠진 돈은 비교적 안전한 상장지수펀드(ETF)로 몰렸고,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 달러화는 강세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28조7354억원을 팔아치웠다. 월별로 매수세를 기록한 것은 지난 4월이 유일하다.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서만 코스피 시장에서 6조2000억원을 순매도했고, 국내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시작된 7월부터 8월18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11조3000억원 규모를 팔아치웠다. 외국인 순매도세는 지난 13일 일일 순매도 금액이 2조6000억원에 달하던 것보다는 잦아들었지만, 이번주 들어서도 3000억~4000억원 가량씩 순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 초순까지만 해도 코스피 3300선 복귀를 노리던 국내 증시도 휘청거리고 있다. 이날 오전 9시40분 기준 코스피는 전일 대비 5.91포인트(0.19%) 하락한 3153.02를 기록했다. 장중엔 3150선을 하회하기도 했다. 코스피는 지난 5일부터 17일까지 8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전일 소폭의 반등을 했지만 이날 다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하락으로 코스피는 종가 기준으로 2개월여만에 3200선이 무너졌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의 변동성이 여타국보다 과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Fed 위원들은 연내 테이퍼링 시작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확인됐다. 18일(현지시간) Fed가 공개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은 "대부분의 위원이 경제가 예상대로 광범위하게 발전하면 실질적인 추가 진전 기준을 만족할 것인 만큼 올해 안으로 자산매입 속도를 줄이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382.59포인트(1.08%) 하락한 3만4960.69에 마감했고, S&P500지수도 47.81포인트(1.07%) 하락한 4400.27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지수 역시 130.27포인트(0.89%) 내린 1만4525.91에 마감했다.
자금은 안전자산으로 몰리는 모양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93선까지 올라 올해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원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며 원·달러 환율은 뛰고 있다. 이날 오전 9시58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0원 오른 달러당 1173.0원을 나타냈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다시 2000명을 넘어선 것도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이다.
위험자산 회피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은은 오는 26일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금리인상시 위험자산 회피현상은 더 커질 수 있어 당분간 시장 변동성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델타변이도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우는 요소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262% 수준으로, 긴축 가능성에도 오히려 채권가격은 오르는 현상을 나타냈다. 수급 요인도 있지만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경기가 불확실해 안전자산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 가격과 역으로 움직이는 국채금리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유가는 미국의 지난주 원유 재고 감소에도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수요 둔화 우려가 지속되며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13달러(1.7%) 하락한 배럴당 65.4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5월 중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