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경남 창원에서 15년간 도금공장에 다녔던 이모씨(40)는 친형이 운영하는 식당에 나가 일을 도울지 고민이다. 회사 경영난으로 올 1월 권고사직당해 실업자가 됐지만 구직활동할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자영업이 어려운 건 알고 있지만 다시 월급쟁이를 도전하느니 식당에서 노하우를 배우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재취업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전직 자영업자와 급여생활자(상용·임시·일용근로자) 중 재취업 희망자가 올 들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아시아경제가 7월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전직 자영업자 가운데 취업을 희망하는 이는 5만6000명으로, 전년 동월의 7만6000명보다 28.6% 감소했다. 고용원을 두지 않아 소위 '나 홀로 사장'으로 불린 전직 자영업자 중에선 같은 기간 7만명에서 4만6000명으로 34.3% 줄었다. 전직 급여생활자 중 취업 희망자 수도 지난해 7월 82만6000명에서 지난달에는 76만2000명으로 6만여 명 감소했다.
실직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재취업 희망자가 줄어든 이유는 고용시장이 불안한데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서울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근무하는 30대 A씨는 "정규직을 얻기는 힘들다 보고 현금이라도 벌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제공하는 단기일자리로 일경험(스펙)을 쌓아도 정규직 상용근로자가 되기 어렵다는 분위기도 강하다. 이와 함께 코로나19에 따른 경영 타격, 기업들이 신입 공채보다 경력을 수시 채용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점도 구직자들이 재취업 의지를 꺾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재정 투입을 늘리는 것 외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본예산 기준으로 일자리 정책에 30조5131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이 중 구직포기자들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정책인 직접일자리, 직업훈련, 고용서비스, 고용장려금 서비스 등에 전체의 51%인 15조5683억원을 쓴다. 올해 두 차례 편성된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받은 2조5877억원도 대부분 해당 사업에 쓴다. 지난해에도 본예산 25조4998억원의 50.2%인 12조7965억원 해당 사업에 투입했다. 같은 전략을 또 쓰고 있지만 올해는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일경험 프로그램을 늘려도 정규직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하면 고용시장이 더 침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정부가 제공하는 단기 일자리에서 쌓은 스펙으로 대기업, 공기업에 들어갈 기회가 없다고 판단한 구직자들이 늘면서 구직포기, 실망실업이 느는 것"이라며 "구직자들이 전직을 적극 추진하기보다 '두고 보자'는 관망세를 보이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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