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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금리인상으로 집값·물가를 잡을 것인가 VS. 코로나19 델타변이로 인한 경제충격을 좀 더 지켜보며 초저금리를 유지할 것인가."
빠르게 번지는 코로나19 델타변이 때문에 한국은행을 비롯,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려던 세계 중앙은행들이 고심에 빠졌다. 제로(0) 수준에 가까운 초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며 물가와 집값은 계속해서 뛰고 있어 금리인상이 꼭 필요한 상황이지만, 얼마나 확산할 지 모르는 델타변이가 중앙은행 금리인상 결정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은 이날 한국시각 오전 11시에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당초 금융시장에선 이번주 초에만 해도 RBNZ가 기준금리를 0.25%에서 0.50%로 올릴 확률을 100%로 봤다.
하지만 전날 뉴질랜드에서 봉쇄 조치를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히면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60%로 떨어졌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오클랜드에서 6개월 만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보고됨에 따라 뉴질랜드 전역에 봉쇄 조치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뉴질랜드는 오는 18일부터 최소 3일간 가장 강력한 4단계 봉쇄에 들어간다.
뉴질랜드는 코로나19 이후 지속된 초저금리 기조로 집값과 물가가 크게 뛰었고, 방역 조치에 비교적 성공하면서 경기회복 속도도 빨라 한국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국가로 꼽혀 왔다. 뉴질랜드의 2분기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3% 상승하며 시장 예측치인 2.8% 상승을 웃돌았다. 뉴질랜드는 블룸버그통신의 '집값 거품 순위'에서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델타변이로 전국에 봉쇄 조치를 적용했음에도 뉴질랜드가 이날 금리를 올릴 경우, 코로나19 재확산 만큼이나 물가나 집값 상승이 큰 문제로 본다는 뜻이 된다. 만약 뉴질랜드가 이날 금리를 올리면 아시아 주요국 중에선 가장 먼저 금리인상을 단행한 국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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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도 뉴질랜드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한은은 1765조원 규모로 불어난 가계부채 문제, 물가와 집값 상승 흐름을 봤을 때 금리를 올릴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는 26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금리를 올릴지는 안갯속이다.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국내에서 계속해서 확산하고 있고,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사흘만에 다시 1800명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도 쉽게 풀리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자영업자 충격은 지속될 수밖에 없어 금리를 올리기엔 부담이 따른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회복 속도가 점차 둔화하고 있다는 점 역시 한국의 금리인상에 부담이 되는 요소다. 수출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주요2개국(G2)의 경기회복 속도가 느려지면 우리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 상무부는 7월 소매판매가 전월보다 1.1%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 0.3% 감소보다 감소 폭이 컸다. 중국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경기정황을 반영하는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 지수(PMI)는 전월보다 0.5 포인트 떨어진 50.4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충격이 가해진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서비스업 PMI 역시 53.3으로 5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편 이외에 신흥국들도 물가와 경기 회복세를 바탕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이미 단행해왔는데, 델타변이 확산세에 따라 통화정책 정상화 시간표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 4일 기준금리를 현재 연 4.25%에서 5.25%로 1.00%포인트 올렸다. 지난 3·5·6월 각각 0.75%씩 인상한 데 이어 네차례 연속 인상이다. 인상폭도 0.25%포인트 더 커졌다. 러시아 중앙은행도 올해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1.00%포인트 올려 현재 연 5.50% 수준이다. 터키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으며 멕시코, 체코, 헝가리 등도 긴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각국이 델타변이 확산 속에서 어떻게 통화·재정정책을 펼칠지가 중앙은행들의 난제라고 전했다. 코로나19 회복과정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는데,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금리정책을 어떻게 펼칠지가 어려운 문제라는 것이다.
오는 26~28일 미국 잭슨홀 회의에서도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가운데 초저금리 부작용을 어떻게 축소할지가 화두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잭슨홀 회의 주제는 '불균등한 경제의 거시경제정책'이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자영업자 등 취약한 계층은 계속해서 피해를 입고 있지만, 초저금리에 대출을 일으켜 자산가격만 폭증하는 문제도 있다"며 "잭슨홀 미팅에서도 불균등한 회복상황에서 어떤 거시경제정책이 적당한지가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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