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규정을 위반하면서까지 직원들에게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정직 등 중징계 처분을 받은 직원들에게 정직 기간 동안 임금을 지급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13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20 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 자료'에 따르면 공공기관 상당수가 시중금리에 비해 턱없이 낮은 금리로 직원들에게 생활안정자금 대출을 지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초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이 직원들에게 과도하게 낮은 금리로 주택 융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며 개선 방침을 밝혔는데, 생활안정자금 지원 문제 역시 마찬가지인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비연고지 발령자 등을 대상으로 생활안정자금을 무이자 대출하고 있고, 지난해 52명에게 총 34억8500만원을 지원했다. 한국전력거래소, 한국중부발전은 0.45%, 한전KPS는 0.5%의 금리를 적용해 직원들에게 각각 4억7800만원, 39억3000만원, 136억5000만원을 빌려줬다. 한국수력원자력의 경우 1.15%의 금리로 지난해 1180명에게 총 314억원을 지원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일반신용대출금리(3.5%) 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예정처는 공공기관 혁신에 관한 지침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사내근로복지기금을 통해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데, 대출 이자율은 시장금리 수준을 감안해 결정해야 한다. 무이자 대출은 전면 금지된다.
정직 처분을 받은 후 징계 기간에 월급을 타먹은 사례도 여러 건 발각됐다. 국가공무원법 등에 따르면 정직기간 중 보수, 월기본급 지급은 금지된다. 정직은 특히 공금횡령·유용, 업무상 배임, 미성년자 성폭력 등 심각한 직무상 의무 위반에 내려지는 징계란 점에서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내부 규정을 통해 정직기간 중 연봉월액 50%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2016~2020년 14명 정직 직원에게 9억650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이 같은 기간 14명의 정직 직원에게 7100만원, 국가철도공단이 7명에게 6500만원, 한국도로공사가 11명에게 5700만원을 줬다.
정규직, 비정규직 간 차별도 눈에 띄었다. 아시아문화원의 경우 일반 정규직 직원에겐 선택적 복지비로 120만원을 기본 지급했지만, 무기계약직 직원에겐 40만원 지원에 그쳤다. 우체국물류지원단도 일반 정규직 70만원, 무기계약직 40만원을 지급했고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역시 일반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지원금을 각각 63만원과 40만원으로 달리 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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