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파일럿 플랜트를 개발하는 A사는 신재생에너지핵심기술개발 사업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정부로부터 총 100억원의 연구개발(R&D) 지원금을 받았다. A사는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인건비를 유용하고, 납품기업과 공모해 연구비를 빼돌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부패신고 접수를 받고 현장실태조사를 벌인 후 해당 과제를 전면 중단시켰다. 이후 납품기업과 공모한 혐의에 대해선 검찰에 고발했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시장 확대를 위해 관련 예산을 늘리고 있지만 정작 예산 관리엔 구멍이 뚫린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기업은 정부의 의욕적인 에너지 전환 정책의 틈새를 파고 들어 정부 지원 연구비를 부정사용하는가 하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과속 보급에만 매달리다보니 예산이 남아도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예산 편성 및 집행 효율성을 높이고 신재생에너지 연구비를 노리는 'R&D 좀비기업'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文 정부, 신재생에너지 예산 증가=1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회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산업부의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 집행액은 2019년 1조1153억원에서 2020년 1조503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중 최근 연구비 부정사용 적발건수가 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핵심기술개발 지원 예산도 함께 늘어났다. 관련 예산은 지난해 기준 2594억7900만원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내년 예산 편성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신재생에너지금융지원 사업의 경우도 시장 수요가 정부 편성 예산 규모를 하회하면서 지난해 120억원의 예산이 남았다. 앞서 정부는 관련 예산을 2019년 2570억원에서 지난해 4685억원으로 두 배 이상 확대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문 정부 들어 에너지 전환 정책 확대로 신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이 우후죽순 늘어나다 보니 예산 집행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며 "신재생에너지핵심기술개발 연구비 부정사용 적발 건수 증가 역시 예산은 늘려놨지만 관리감독 능력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예산 관리감독 강화해야=신재생에너지핵심기술 R&D 과제의 연구비 부정사용이 늘어난 것과 관련해 산업부 측은 연구비 사용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관리감독을 강화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예정처 자료에 따르면 사업비 부정사용 전체 12건 중 자체 현장실태조사 등을 통해 적발한 유형이 8건이고 수사기관이 범죄 확인 후 알린 유형이 1건, 외부신고를 통해 현장 확인 후 적발한 유형이 4건이다.
일각에선 신재생에너지가 태양광, 풍력, 지열, 수력, 바이오매스 등으로 분야가 다양하고 시장 참여자가 늘어나면서 예산이 지나치게 파편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기회에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보급, 금융지원 등 예산 전반을 재점검해 예산 편성 및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고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신재생에너지 연구비 지원을 중장기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에 집중 투입할 필요가 있다"며 "연구비로만 매출을 유지하는 R&D 좀비기업에 대해선 지원을 초기 몇년으로 제한하고, 가능성 있는 기업에 장기 프로그램 방식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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