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김진호 기자] 금융당국과 5대 금융지주는 10일 비공개 회동에서 9월 말 종료 예정인 코로나19 금융지원 연장 여부에 대해 매듭을 짓지 못했다. 지금의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조치의 긍정적·부정적 효과를 면밀히 검토한 후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8시 은행연합회에서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코로나19 관련 금융권 현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윤종규 KB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이 참석했다.
코로나19 4차 유행에 따라 9월 만료 예정인 금융지원 조치들을 추가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마련된 금융권 현안 논의 회동이다. 지난 1년여간 전 금융권에서는 총 204조원(6월말 기준)에 달하는 중소·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등 금융지원이 이뤄졌다.
은 위원장은 금융지주 수장들에게 "현재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조치가 갖는 긍정적 효과와 이것이 장기화될 경우 누적될 부정적 효과를 면밀히 검토중"이라며 "이 과정에서 금융권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견을 나눴지만 아직 결론을 못 낸데 대해 은 위원장은 "만기연장을 하든 안 하든 단순하게 두 개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 달성 위해 촘촘한 감독망 구축할 것"가계부채 이슈에 대해서는 고삐를 더 조여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요구가 전달됐다. 은 위원장은 코로나19 극복과정에서 민간부채 확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으나, 증가속도가 과도하게 빠른 만큼 지금부터는 리스크 측면도 비중있게 고려해야 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가계부채를 억제한다고 했는데 실수요 문제도 있고 해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며 실수요를 억제해야 하는지 아니면 놔둬야 하는지 등을 놓고 금융지주 회장들과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가계부채가 금융당국의 증가율 목표(올해 중 5~6%) 내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촘촘한 감독망을 구축할 것임을 밝히며, 앞으로 가계부채가 우리경제 및 금융회사 미래에 잠재 리스크로 작용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관리해줄 것도 요청했다. 이에 금융지주회장들은 실수요와 무관하거나 자산버블을 부추기는 가계대출은 없는지 꼼꼼히 점검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금융권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논의도 있었다. 은 위원장은 ‘청년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당부하며 금융지주들이 다음 달 개최되는 ‘2021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 힘을 실어줄 것을 요청했다.
은 위원장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채용 확대 등이 쉽지 않다는 점은 알지만 회장님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며 "구조적으로 인건비 조정 등을 통해 청년 채용을 늘리는 방향도 고민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다만 은 위원장의 제안에 금융지주 회장들은 청년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데 공감을 표하면서도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옛날처럼 고용을 마냥 늘릴 수 없다는 점"을 들며 난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회동에서 금융지주 회장들은 은 위원장에게 오는 10월 출시 예정인 대환대출 플랫폼과 관련한 우려를 전달했다. 은 위원장은 "금융지주 회장님들이 대환대출 플랫폼에 대해 환영의 입장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게 됐다"며 "이 부분에 대해 의견을 고려해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에 이어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 역시 금융권과의 소통에 무게를 둔 만큼 앞으로 금융현안에 대한 당국과 금융지주 회장 간 비공개 회동은 계속될 전망이다. 고 후보자가 ‘시장 친화적’ 정책을 펼치겠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은 위원장은 "시장 친화적 정책과 관련해 시장과 정부의 방향이 조금 다를 수는 있지만 중요한 것은 대화를 통해 서로 의견을 나누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김진호 기자 rpl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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