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선임연구위원), 박종훈 SC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한은, 금리인상 신호 여러번 줘코로나19 상황에도 부동산, 물가잡기가 우선 인식
고승범 금통위원, 금융위원장 내정 부동산 시장 잡기위한 정부·청와대 시각 보여줘
다만 코로나19 상황으로 자영업자 충격 충격 고려하면 8월 넘기고 10월에 금리인상 의견도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코로나19 4차 대유행 장기화에도 한국은행이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예상보다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데다 부동산·물가 상승세를 잡는 게 먼저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10일 아시아경제가 거시경제 전문가들 의견을 취합한 결과 이들 대부분은 오는 26일 금통위 회의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선임연구위원)은 "이달 금리인상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을 받는 부분도 있지만 경제지표들이 아주 나쁘진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이 부동산 등 자산가격 급등 문제와 대출을 일으켜 투자하는 금융불균형을 여러 차례 우려한 만큼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박 실장은 "금리인상 신호를 여러 번 준 상황에서 인상을 뒤로 미루면, 오히려 (금리가 오르기 전에) 대출을 부추길 수 있다"고 전했다. 박 실장은 8월에 한은이 금리를 올릴 경우 11월에 한 차례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4월부터 넉 달째 2%대를 기록 중인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금리인상 가능성에 힘을 보태는 요소다. 그는 "공급충격으로 인한 물가상승이긴 하지만 2.0%를 넘어섰기 때문에 금리를 올릴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박종훈 SC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100%에 가깝다"며 △4차 대유행에도 견조한 소비 △빠른 물가상승세 △가계부채·금융불균형 문제 등을 꼽았다. 그는 "온라인 소비가 견조한 데다 코로나19로 인한 부정적 경제효과가 걱정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한은의 예상경로보다 빠르게 회복됐고, 하반기엔 추가경정예산(추경) 효과까지 더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특히 "물가 움직임이 상당히 빠른 것 같다"며 "통상 8월 물가상승률이 7월보다 전월 대비 높은 경향을 보이는데, 이렇게 되면 5~6개월 연속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를 넘어가게 되기 때문에 한은 입장으로선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인 경향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시장을 잡겠다는 청와대, 정부, 한은 등의 의지가 강하다는 점도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이유로 꼽혔다. 박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매파인 고승범 한은 금통위원이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된 것과 관련해 "과도한 가계대출로 인한 부동산시장 급등을 잡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고 후보자는 지난달 금통위에서 유일하게 기준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낸 인물이다.
다만 하루 확진자가 1500명을 넘어서고 자영업자 충격이나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이달은 경제상황을 점검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영업자가 큰 피해를 입는 만큼 경제 상황을 지켜본 뒤 10월에 금리를 올리는 게 낫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금리인상 시 취약계층이나 기존 가계·기업대출 부담을 더는 방향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부분 변동금리인 기업대출의 경우 금융당국이 상품 다변화를 유도해 대출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