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제3자 수익 극대화시 가격만 올릴 우려, 의견수렴 진행 중"
내부에서도 부정적 기류 변화
다배출업종 '가격 안정성' 확보 꼽아…가격 급등 제어장치 없다면 반대
업계 "거래유동성 활성화 범위 안에서 제3자 참여 이뤄져야"

[세종=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환경부가 추진하는 ‘제3자 참여’ 도입이 표류하고 있다. 당초 탄소배출권 할당업체 이외의 제3자인 증권사를 거래시장에 참여토록 해 배출권 유동성을 늘린다는 계획이었지만 제3자가 배출권 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을 노리고 시장에 매물을 내놓지 않을 경우 가격 상승만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최근 들어 커지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9일 "탄소배출권 할당업체를 중심으로 제3자 제도 도입 여부에 대한 의견수렴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제3자가 배출권시장에 참여할 경우 수요업체가 쉽게 매물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봤지만 수익을 극대화할 경우 가격만 더 올릴 수 있다는 반론이 크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말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제3차 계획기간(2021∼2025년)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을 발표하면서 제3자 참여 도입을 명시한 바 있다. 배출권 가격의 변동폭이 커, 증권사 같은 제3자의 시장 참여가 안정적인 거래에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증권사를 시범적으로 지정해 사별로 20만t씩 배출권 거래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류가 바뀌었다. 환경부 내부에서는 제3자 참여에도 가격 안정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힘을 받기 시작했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최근 "탄소배출권이 필요한 기업 입장에선 제3자 제도 도입 이후에도 가격변동이 크지 않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가격이 많이 뛰면 물량이 더 안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오히려 수요와 공급 사이에서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제3자가 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탄소배출권 수요와 공급의 당사자인 다배출 업종 역시 제3자 참여의 전제조건으로 가격 안정성 확보를 꼽는다. 철강과 시멘트, 정유 및 석유화학업계는 공통적으로 "가격 안정성이 담보되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찬성이지만 가격 급등을 제어할 장치가 없다면 반대"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출권 구매가 필요한 상황에는 제3자 시장 참여가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이들의 배출권 보유 한도에 따라 시장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변동성을 줄이되 거래 유동성이 활성화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제3자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탄소배출권 거래 자체가 굉장히 부진한데 투자 목적의 거래를 하는 제3자가 시장에 참여하면 할당업체에 추가로 거래 수요가 생기는 것이니 그만큼 거래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또 많이 거래될 수 있도록 정보가 탄소배출권 가격에 더 민감하게 반영돼 배출권 가격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이뤄지게 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제3자 참여에 따른 가격 상승 우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그는 "배출권에 대한 관심도가 늘어나고 투자자산의 성격으로 인식하는 수요가 유입될 수 있는데 이 경우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특정 주체가 거래시장에서 과점적 영향력을 행사할 때는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 이를 적절히 제한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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