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내년도 예산 규모가 총지출 기준 사상 처음으로 6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현 정부가 예산을 짜기 시작한 2018년에는 428조8000억원이었는데, 4년 만에 171조원 이상 증가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예산에 대해 적극 재정을 주문한 데다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통해 지출 규모가 이미 600조원을 넘어서면서 설득력을 얻는다. 하지만 세수 등 재원 증가는 예산보다 상대적으로 더디고, 복지 확대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재정건전성만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9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정기국회가 열리는 내달 3일까지 ‘2022년 예산안’을 제출하기 위해 본예산안 편성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각 부처가 제출한 예산요구액을 기반으로 짜고 있지만 문 대통령이 확장 재정을 주문한 만큼 이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추경이 편성된 직후인 지난달 말 민생경제장관회의에서 "적어도 내년까지는 경기의 반등과 코로나 격차 해소를 위해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코로나 격차 해소를 위한 포용성장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인구구조와 산업변화와 관련한 예산도 적극 발굴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확장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동안의 보수적인 기조와는 차이가 있다. 기재부가 취합한 각 부처의 내년 총지출 기준 예산은 593조2000억원으로, 올해보다 6.3% 많다. 또 정부는 지난해 8월 국회에 제출한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6% 늘어난 589조1000억원으로 전망했다.
문재인 정부 이후 3년간 총지출을 보면 2018년 428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558조원으로 연평균 증가율은 8.7%에 달했다. 현재 증가속도라면 내년 예산은 603조원이 된다. 특히 새해 본예산이 직전 해 추경 기준 총지출보다 적었던 사례는 지금까지 2010년 한 차례뿐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놓였던 2009년 추경 기준 총 지출은 301조7000억원이었지만, 2010년 본예산은 292조8000억원으로 8조9000억원 적게 편성한 것이다. 나머지는 본예산이 추경보다 많았다.
문제는 지출 증가로 인한 나랏빚 증가는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본예산 기준 956조원이었던 올해 국가채무는 2차 추경을 거치며 963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내년 세수 전망이 불투명한 점을 감안하면 국가채무 1000조원 시대가 열릴 가능성도 커졌다.
내년에는 정부가 바뀐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확장 재정 기조를 이어가야 하는 것은 맞지만 혹시 모를 추경 편성을 위해 재정 여력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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