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 어렵습니다. 알쏭달쏭한 용어와 복잡한 뒷이야기들이 마구 얽혀있습니다. 하나의 단어를 알기 위해 수십개의 개념을 익혀야 할 때도 있죠. 그런데도 금융은 중요합니다. 자금 운용의 철학을 이해하고, 돈의 흐름을 꾸준히 따라가려면 금융 상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합니다. 이에 아시아경제가 매주 하나씩 금융용어를 선정해 아주 쉬운 말로 풀어 전달합니다. 금융을 전혀 몰라도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로 금융에 환한 ‘불’을 켜드립니다.

지난 6일 장 초반 카카오뱅크 주가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지난 6일 카카오뱅크가 코스피 시장에 상장됐습니다. ‘따상(공모가 2배에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에는 실패했지만 시초가(5만3700원)보다 29.98% 오른 6만98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시가총액 기준 금융사 1위를 기록했습니다. 올 4분기에는 카카오페이도 상장이 예정돼있죠. 이번 달에 상장될 예정이었지만 금융감독원이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해 일정이 미뤄졌습니다.
그런데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정확히 어떻게 다를까요? 혁신 금융 플랫폼을 지향하는 두 회사의 차이는 뭘까요? 카카오뱅크를 검색하면 카카오페이가, 카카오페이를 검색하면 카카오뱅크가 나올 정도로 헷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비슷해 보여도 두 회사는 엄연히 다른 업종에 속해있습니다.

우선 카카오뱅크는 ‘은행’입니다. 2017년 금융당국에서 은행업 인가를 받았죠. 다른 시중은행들과 달리 현장 지점이 없는 인터넷 전문은행일 뿐 성격은 똑같습니다. 반면 카카오페이는 ‘테크핀’ 기업입니다. 테크핀이란 기술(technology)과 금융(finance)의 합성어로, 금융을 혁신하는 기술회사를 말합니다. 카카오페이는 은행이 아니라 IT 회사라는 뜻입니다. SSG페이나 쿠페이 같은 간편 결제 회사처럼 전자금융업종에 속합니다.
따라서 은행인 카카오뱅크에서는 계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예금상품에 가입할 수도 있죠, 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도 있죠. 물론 예금은 다른 은행들처럼 5000만원까지 보호받고요. 하지만 카카오페이는 은행이 아니니 자금을 맡기거나 빌릴 수 없습니다. 대신 편리한 금융서비스를 위해 송금, 결제, 투자 등 다양한 부문에서 여러 기능을 제공하죠. 실물카드나 공동인증서 없이 온·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한 게 대표적입니다.
페이·뱅크 모두 송금·카드 있지만 방식 달라

카카오페이에도 돈을 충전할 수는 있습니다. 카카오머니에 돈을 충전해두고 송금과 결제를 할 수도 있고요. 그러나 은행에 돈을 맡기는 예·적금과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은행은 돈을 맡긴 대가로 이자를 지급하죠. 고객의 돈을 활용해 다른 고객에 돈을 빌려주기도 하고요. 하지만 카카오머니는 편리한 금융서비스를 위해 소액을 잠시 보관해두는 성격이 강합니다. 당연히 대출에 활용할 수 없습니다. 충전할 수 있는 금액도 200만원으로 제한돼있습니다.
카카오뱅크에서도 송금할 수 있고, 카카오페이에서도 송금이 되니 차이가 없다고 느껴지시나요? 같은 송금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엄연히 다른 과정을 거칩니다. 카카오뱅크에서의 송금은 카카오뱅크 계좌에 들어있는 돈을 다른 은행 계좌로 옮기는 거죠. 카카오페이는 자체 계좌에 들어있든 돈만 옮기는 게 아닙니다. 여러 은행 계좌를 연결해 편리하게 송금할 수 있게 하는 거죠. 굳이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죠. 계좌번호를 몰라도 되고, 카카오톡 친구와 모임 비용 정산을 손쉽게 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뱅크 카드와 카카오페이 카드도 차이가 있습니다. 카카오뱅크의 프렌즈 체크카드는 당연히 카카오뱅크 계좌와 연결돼있죠. 카카오뱅크 체크카드로 결제하면 카카오뱅크의 잔액이 줄어드는 거고요. 카카오페이 카드는 돈을 미리 충전하는 선불식 카드입니다. 충전은 카카오뱅크를 비롯해 제휴하고 있는 모든 은행 계좌와 연결해 할 수 있고요. 본인이 원하는 은행에서 돈을 넣어놓고 카카오페이 카드를 쓸 수 있게 한 거죠.
두 회사의 공통점도 있습니다. 카카오라는 메신저를 기반으로 ‘종합금융플랫폼’이 목표라는 거죠. 지금은 속한 업종과 주력사업이 다르지만 추후 일부 사업 부문이 겹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실제 두 기업은 기업 가치를 선정할 때는 비교 대상으로 브라질의 ‘패그세구로’를 동시에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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