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08.05 11:13

은행권, 가상화폐 거리두나...'자금세탁' 최대변수 부상




[아시아경제 김진호 기자]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신고 기한이 불과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주요 시중은행과 가상화폐 거래소 사이에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위험평가 의무 때문에 코인의 이전을 미리 제한할 것을 거래소에 제안한 은행이 나오면서다. 이를 두고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에 은행권이 기존 제휴 거래소와도 거리두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최근 빗썸과 코인원에 한시적으로 코인 입출금을 막아달라고 요구했다. 이는 ‘트래블 룰’ 시스템을 갖추기 전까지 거래소 간 코인 이동을 제한하자는 것이다.
트래블 룰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가상화폐를 전송 시 송신자와 수신자 모두의 정보를 수집하는 의무를 사업자(거래소)에 부과한 규제다. 트래블 룰의 적용 시기는 내년 3월25일부터지만 농협은행은 이보다 한참 앞선 시점에 코인 이동을 중지할 것을 제안했다.
농협은행이 선제적 조치를 취한 것은 ‘리스크’ 요인 때문이다. 혹시라도 모를 자금세탁 관련 리스크를 사전에 막고자 내린 결정인 셈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자금세탁 방지와 관련한 모든 책임이 결국 은행에 내려지는 만큼 안전장치를 마련하자고 제안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빗과 제휴를 맺고 있는 신한은행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농협은행이 먼저 행동에 나선 만큼 신한은행도 유사한 조치를 요구할 것을 놓고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에서는 실명계좌 발급 재계약도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자금세탁 이슈만큼 예민한 부분도 없을 것"이라며 "트래블 룰을 갖추지 않을 경우 실명계좌 발급 재계약도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이처럼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자금세탁 등 사고가 발생해도 은행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면책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영향이 크다. 은행 입장에서는 더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초 "자금세탁에 대한 1차 책임은 은행에 있다"며 은행연합회가 제안한 면책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한 바 있다. 면책기준을 마련한다고 해도 이는 국내에서만 통용될 뿐 해외 정부나 금융당국의 제재를 피하는 수단이 될 수 없어서다. 은 위원장은 "금융당국이 면책해준다 한들 미국에서 자금세탁방지로 은행이 벌금을 내면 괜찮은 일이겠냐"며 "자금세탁 문제로 국내 은행이 뉴욕에서 거래 못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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