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24일 우리은행은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광통관에서 네이버파이낸셜과 ‘소상공인 포용적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맺었다. 권광석(오른쪽)우리은행장과 최인혁(왼쪽)네이버파이낸셜 대표이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아시아경제 김진호 기자] 디지털 가속화로 인해 금융업 경계가 날로 모호해지는 가운데 은행권이 빅테크(대형 정보통신기업)와 손을 잡는 ‘적과의 동침’ 행보에 나서 이목이 쏠린다. 빅테크에 대한 경계태세는 유지하되 선택적으로 협업을 하는 ‘전략적 공생관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네이버 금융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과 협업해 ‘우리은행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대출’을 출시했다. 이 대출은 네이버 대표 온라인 판매채널인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사업기간 6개월 이상 개인사업자 전용 대출 상품이다. 네이버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대출한도와 금리를 확인한 후 ‘우리원뱅킹’에서 대출약정 및 실행이 가능하다.
대출한도는 최대 4000만원으로 최고 0.8%포인트까지 우대금리가 제공된다. 대출고객 중 희망고객에 한해 휴·폐업 시 300만원 지원금과 상해 및 사망 시 대출잔액을 상환받을 수 있는 보험서비스도 제공되는 것이 특징이다.
상품은 대출 상환 능력이 충분한데도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온라인 소상공인을 위해 설계됐다. 특히 이들이 ‘급전’이 필요할 경우 사용할 수 있도록 대출상환 방식에 통장식 상환(마이너스 통장)도 함께 포함해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우리은행은 향후 비금융데이터 활용 및 대출 대상 확대를 통해 네이버와의 ‘소상공인 금융지원 협력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다른 은행들도 ‘플랫폼 공룡’ 네이버와의 협업에 적극적이다. 하나은행은 네이버 일본 자회사 라인과 손잡고 인도네시아에 디지털은행 라인뱅크를 출범시켰다. 은행과 비은행 빅테크 플랫폼 기업이 손잡고 금융사를 만든 최초의 사례다.
신한은행은 국내 1위 부동산 정보 플랫폼인 네이버 부동산을 파트너로 택했다. 네이버 부동산에서 신한은행의 전세대출 상품을 쉽고 빠르게 검색하고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전세 매물을 검색하고 은행에 별로도 대출을 신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 고객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신한은행은 또 네이버페이와 손잡고 간편 환전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의 금융 노하우와 빅테크 플랫폼의 영향력이 만나 새로운 사업 가능성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라며 "은행들의 자체 플랫폼이 기반을 잡기까지는 이 같은 전략제휴 관계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한편 은행권의 이 같은 전략은 인터넷 게임사들과의 협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하나은행은 게임사 넷마블과 혁신적 디지털 금융서비스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 체결했다. 신한은행도 MZ세대 고객층이 많은 게임사 넥슨과 손잡고 금융과 게임을 연계한 마케팅 공동사업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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