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07.21 10:37

"경력·IT만 뽑습니다"…꽉 막힌 금융권 신입공채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은행 취업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문과를 나와 금융권을 준비한 사람은 어떻게 들어오라는 건지 모르겠어요. 찾아보면 채용은 몇 개 떴는데 정작 이공계 출신만 찾네요."
54만명이 이용하는 한 금융권 취업 준비 사이트에는 요즘 들어 문과생의 취업이 너무 어려워졌다는 하소연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금융사들이 고공 실적을 갈아치우는 와중에도 채용문은 굳게 걸어 잠그면서다. 그나마 나온 채용공고도 대부분 경력직·디지털 인재가 대상이라 문과 출신 취업준비생들의 길은 더욱 좁아졌다는 분석이다.
21일 윤창현 의원실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은행의 지난해 말 채용인원은 898명에 불과했다. 전년 2034명보다 1136명(55.8%) 감소했다. 2663명을 뽑았던 2018년과 비교하면 1765명(66.2%) 줄어들었다. 특히 신입직원 채용 규모가 2019년 1693명에서 3분의1 가까이 줄어든 550명에 그쳤다.
반면 경력공채는 점진적이지만 매년 늘어났다. 2018년 321명에서 1년 새 341명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도 348명을 경력직원으로 충원했다. 통상 전체 채용의 10~12%를 경력직원으로 뽑아온 금융사들이 지난해에는 전체 채용인원의 38.7%를 경력자로 채웠다.
취업문이 좁아지는 가운데 경력을 선호하는 현상은 2금융권에서도 나타났다. SBI·OK·웰컴·페퍼·한국투자 등 5대 저축은행의 지난해 채용인원은 103명으로 직전년도 517명에서 대폭 쪼그라들었다. 2017년에는 신입 389명과 경력 209명을 뽑았다면, 2020년 채용된 신입은 29명뿐이었고 경력직원이 74명으로 약 2.5배 많았다.
가뭄에 콩 나듯 뜬 채용공고…디지털·IT 인재가 싹쓸이드물게 뜬 신입직원 채용공고는 대부분 디지털·IT·데이터 부문에 몰렸다. 갈수록 비대면 금융거래가 늘면서 은행들이 오프라인 점포를 빠르게 없애 필요로 하는 인력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채용공고를 낸 KB국민은행의 경우 특별채용을 제외한 신입 행원 수시채용(L1) 3개 중 2개가 IT와 데이터 부문이었다. 남은 경영관리 전문가 부문도 3년 이상의 경력이 있거나 석사 이상의 학위 등을 보유해야 한다.
디지털 인재로 쏠린 공채 현상은 급성장한 인터넷 전문은행들도 마찬가지다. 공식 영업 개시를 코앞에 둔 토스뱅크는 이번 달 기술(Tech)분야 개발자와 디자이너 경력자를 채용한다고 발표했다. 기술 제품기획, 디자인, 엔지니어링, 보안·인프라 분야 등의 전문가가 대상이다. 케이뱅크도 이달 말까지 경력직 채용지원 신청을 받는다. 모집대상은 개발·인프라·정보보안 등 IT 분야다.
금융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톱’으로 꼽히는 금융 공공기관도 비교적 신입 채용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통상 공공기관과 공기업들은 정기적으로 신입직원을 채용해왔다. 하지만 부쩍 인사 적체 등으로 골머리를 앓는 기관이 늘어 몸집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일 시작된 한국은행 종합기획직원(G5) 채용 규모도 2017년에는 70명에 달했지만 올해는 50명만 뽑겠다고 공고했다. 공기업들 역시 대부분 인턴채용 공고만 나온 상황이다.
금융업계는 비대면 거래와 디지털 금융이 대세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IT 직군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창구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일은 문·이과 구분이 주요하지 않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며 "다만 급속도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IT 인재가 부족해 대거 채우는 것이지 문과 출신을 뽑지 않는 건 일순간의 현상"이라고 얘기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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