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연료비 단가 원전의 10배
유연탄에 비해서는 1.5배 비싸
발전비중 높이면 전기료 상승우려
중지·재가동 땐 오염물질 배출 늘어

[세종=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문재인 정부 에너지전환정책의 핵심은 탈(脫)원전·탈석탄이다. 이를 위해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은 그 사이의 징검다리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석탄보다 친환경적인 LNG 발전을 적극 활용한다는 의도를 담았다. 이는 발전의 경제성보다는 세계적 흐름인 환경친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현재 탄소배출이 없어 가장 효과적인 발전원으로 꼽히는 원자력조차 줄이는 것도 신재생 등 친환경에너지를 더욱 늘리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과 친환경에서 표류하는 LNG= LNG 발전은 그러나 경제성과 친환경 사이에서 표류하고 있다. 석탄발전보다는 탄소배출이 적어 친환경적이지만 단가가 비싼 탓에 실제 운전율은 50%를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는 앞으로도 LNG 발전 규모를 늘릴 방침이다. 9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LNG 발전 규모는 2019년 3만9655㎿에서 2034년 5만9096㎿로 늘어난다. 반면 석탄발전은 같은 기간 3만6992㎿에서 2만9012㎿로, 원자력은 2만3250㎿에서 1만9400㎿로 줄어든다.
하지만 경제성과 친환경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는다면 LNG 발전 설비를 더 늘려도 발전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석탄을 줄이는 대신 LNG 운전율을 높이는 경우 전기료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LNG의 연료비 단가는 원전보다 10배 이상, 유연탄에 비해서는 1.5배가량 비싸다. 결국 LNG 발전을 더 많이 돌릴수록 전기요금 상승 압력이 커지게 되는 셈이다.
◇LNG는 친환경?= ‘LNG는 친환경’이라는 전제도 최근 들어 흔들리고 있다. LNG는 정상가동 시 오염물질이 기준치 이하로 배출되지만 중단·재가동할 때 다량의 대기오염물질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감사원은 ‘2020회계연도 국가결산검사 보고서’를 통해 "LNG 발전소는 오염물질 배출이 적으나 가동 초기 오염물질 배출량이 증가한다"고 우려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LNG 발전소의 단위 전력량(㎿h)당 PM2.5 배출량은 0.015㎏으로 석탄화력 발전소(0.120㎏)의 8분의 1 수준이고, 대기오염물질 배출총량은 2만1000t으로 석탄발전(12만5000t)의 6분의 1이다. 화력발전은 예열 등이 필요해 재가동까지 적어도 12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LNG 발전소는 바로 재가동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가동과 중지를 수시로 반복한다. 특히 2018년 기준 수도권 있는 준공된 지 20년 이상된 LNG 발전소는 연평균 83.4회 가동과 중지를 반복했다.
문제는 이 가동 초기에 불완전 연소에 따라 대기오염물질이 다량 배출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1월 국립환경과학원이 서울 LNG 발전소에서 가동 초기에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의 농도를 분석한 결과 출력을 올린 후 정상가동까지 도달하는 데 141분이 걸리는데 가동 초기에 총탄화수소(THC)가 평균 3113PPM(최대 6690PPM) 배출했다. 감사원은 "앞으로도 수도권의 노후 LNG 발전소에서 가동 초기에 지속해서 대기오염물질이 다량으로 배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을수록 외화유출= LNG 발전소를 지을수록 막대한 외화 유출이 발생하는 것도 딜레마 중 하나다. 9차 전력수급계획을 보면 정부는 2030년까지 LNG 발전소를 지금보다 약 19기(9700㎿) 더 짓는다. 이를 토대로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기계연구원에 의뢰해 분석한 LNG 발전용 가스터빈에 대한 외화지출 규모는 최소 1조6900억원에서 최대 6조2100억원에 달한다. LNG 발전소에 들어가는 가스터빈과 배열회수보일러(HRSG), 증기터빈 등 3대 주기기를 외산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산 주기기로 지은 LNG 발전소를 유지 보수하는 데도 추가 외화 유출이 불가피하다. 양 의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LNG 발전용 가스터빈의 연간 유지 보수 비용은 2840억원이다. 2030년까지 국산 가스터빈 실증물량을 제외하고 증설되는 LNG 발전설비에 모두 외산 가스터빈은 적용되면 2018년 대비 17기가 추가될 것으로 예상되고, 노후 가스터빈 15기가 폐지되므로 최대 총 151기의 외산 가스터빈이 운영된다. 기계연구원은 총 151기의 외산 가스터빈 운영에 필요한 연간 총 유지보수비용은 최대 2878억원으로 현재부터 2030년까지 10년간 총 2조8780억원으로 예상했다.
전영환 홍익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LNG는 석탄과 원전에서 재생에너지로 가는 과정에서의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LNG도 발전은 단가가 비싸서 운전할수록 손해지만 지어 놓고 폐쇄하기도 어려운 딜레마가 있어 장기적으론 LNG 비중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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