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국내 5대 시중은행장이 올해 하반기 부실 리스크 관리 강화를 중점 과제로 꼽은 것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역대 최대인 가계부채의 위험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거리두기·영업제한이 강화되면서 대출 상환 능력이 점점 취약해져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특히 신규대출을 바짝 조일 예정이어서 대출 수요자들의 은행 문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데이터,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 등 빅테크(대형 정보통신기업)와의 본격적인 주도권 경쟁을 앞두고 선제적인 디지털 전략으로 주도권을 잡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뜨거운 감자’인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제휴는 신중한 접근 태도를 보였다.
코로나19·금리 인상 “부실 차단 사수”14일 아시아경제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장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은행장들은 금리인상기 가계 부채 증가가 부실 리스크 확대로 연결되지 않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국내 은행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30%로 전월 말(0.28%) 대비 0.02%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신규연체 발생액(1조1000억원)은 전월 대비 2000억원 증가했다. 은행장들은 코로나19 재확산에 실업과 자영업자 폐업이 증가할 경우 여신 건전성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의 주문에 따라 조이기에 나섰던 대출 전략도 더욱 보수적으로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차주 상환능력을 감안해 신규대출을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준학 농협은행장도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가계여신에 대해 심사·금리정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출을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서도 국내 은행들이 예상한 3분기 신용위험지수(18)는 2분기(10)보다 8포인트 높아져 대출 문턱이 높아질 것이 예고된 상황이다. 은행장들은 금리가 워낙 낮아 하반기 금리인상이 가계부문의 리스크를 급격하게 증가시킬 가능성은 작지만 금리인상이 단기간 여러차례 이뤄질 경우 내년 이후 저신용자, 다중채무자, 자영업자 중심으로 가계 부실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대비를 주문했다.
◆빅테크와 생존 건 경쟁 "닥공"5대은행장은 빅테크와의 본격적인 경쟁에 대해 공격적인 대응을 예고했다. 올해 하반기 마이데이터와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 등 출범을 앞두고 시중은행들은 빅테크들과 생존을 건 혈투가 예상된다. 허 행장은 "마이데이터 사업은 은행 비즈니스 체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올 하반기는 마이데이터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쟁에서 고객의 선택을 받는 플랫폼 기업이 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빅테크·핀테크의 금융업 진출 가속화와 마이데이터 사업 시행으로 디지털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은행의 권 행장은 "하반기와 내년 금융권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디지털 역량 강화"라며 "전통적인 금융서비스 공급자 입장에서 벗어나 고객 관점의 서비스와 편의성·접근성을 대폭 개선한 상품 준비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은행장들은 또 빅테크와 동등한 수준의 경쟁환경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기 위해 은행이 스스로 사업분할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은행도 빅테크와 동등한 수준의 경쟁환경에서 파괴적 혁신을 추진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규제를 풀어 다양한 옵션을 은행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빚투(빚내서 투자) 광풍을 불러온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제휴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을 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9월24일까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실명계좌 등 전제 조건을 갖춰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한다.
은행들은 실명계좌를 발급하면 거래소에 대한 검증 책임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꺼리는 분위기다.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가상화폐가 제도권 시장으로 편입됐다고 판단하기 어려워 거래소 제휴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권광석 우리은행장도 "자금세탁 등 금융사고에 대한 리스크가 부담스럽다"고 우려했다.
지난해부터 가속화되고 있는 오프라인 점포 통폐합에 대해서는 은행장들은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피할 수 없는 현실임을 강조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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