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연 주요국 조사 결과 비율로 보유세·부유세 과세 사례 없어
기준가격 산정 구체적 기준도 여당서 갈팡질팡
예측가능성·명확성 떨어져
"시장 안정 보다는 정치적 판단" 지적도

[세종=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공시가격 기준 상위 2% 주택에 종합부동산세를 과세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안 처리를 앞두고 시장의 역풍을 맞고 있다. 국책연구기관 조사 결과 전 세계에 비율로 보유세를 부과한 전례가 없다는 점이 확인된데다가, 구체적인 산출 기준마저도 당내에서 결론내지 못해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요구 자료에 따르면 민주당이 당론으로 확정한 ‘종부세 상위 2% 부과’ 관련,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해외 사례를 조사한 결과 보유세와 부유세 제도를 비율과 연계해 운영하는 경우는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국은 미국, 프랑스, 일본, 독일, 노르웨이, 스페인 등 주요국이다.
민주당이 논의중인 종부세 개편안은 1가구1주택자 공제금액을 공시가격 기준 상위 2%에 해당하는 주택가격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금액은 시행령에 위임하며, 그 금액은 공시가격 상위 2% 주택가격을 고려해 정하도록 법률에서 위임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일부 법률을 통해 위임근거를 마련하고 구체적인 금액은 시행령에 규정하는 입법례는 금융투자소득 기본공제(소득세법),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의 대주주 범위(소득세법), 국세 환급가산금(국세기본법) 등 이미 존재한다. 그러나 그 금액 기준 자체를 ‘비율’로 규정하는 것은 이번에 개정을 시도하는 종부세법이 유일하다.
실제 과세를 위해 ‘2%’를 가를 때의 기준가격 산정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는 모양새다. 지난 7일 민주당은 기준가격 산정시 반올림을 적용해 ‘억(원) 단위’로 끊겠다는 내용의 법안을 당론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에 국민의 힘 등 야당에서 과세 대상을 ‘사사오입’하면 예측가능성과 명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자, 여당 일각에서는 ‘억 단위’를 ‘천(만원) 단위 미만’으로 조정하자는 의견이 제시된 상태다.
국토교통부가 산정한 올해 상위 2% 주택 공시가격은 10억6800만원 정도다. 백분위별로 보면 1%는 14억4500만원, 3%는 9억1500만원, 5%는 7억1800만원, 10%는 5억600만원 수준이다. 만약 ‘억 단위 미만’ 반올림 규정을 적용하면 종부세 부과 기준은 11억원으로, 약 9만4000명이 종부세 납부 대상자가 된다. 반면 ‘천 단위 미만’ 반올림 규정을 적용하면 부과 기준은 10억7000만원으로 낮아지고 대신 납부 대상자는 약 11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 역시 종부세의 비율 연계 부과 기준 도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경영대학 부동산학과 교수는 "종부세 개편 방향은 시장안정, 형평성 제고라는 정부의 당초 목표에 부합해야 한다"며 "존립 근거 자체가 약한 관련 세제를 신념과 정치적 목적으로 밀어붙이면 결과적으로 서민들의 삶도 더 나아지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조세소위를 열어 상위 2% 종부세안 처리를 시도한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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