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진호 기자] 금융권이 정보기술(IT) 인력 확보를 두고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대세로 자리 잡은 디지털금융과 관련한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특히 비대면 영업으로 개발 인력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3사의 공격적인 인재 채용에 기존 금융권은 물론 IT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기존 연봉에 1.5배를 제안하는가 하면 수억원 규모의 인센티브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IT 인력을 흡수하고 나섰다.
대규모 유상증자를 계기로 최근 공격적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케이뱅크는 이달 31일까지 대규모 IT 경력직 채용을 진행한다. 모집분야는 개발·인프라·정보보안·전략 등 IT 관련 전 분야다. 사업 확장에 따른 혁신 상품과 서비스 개발 등을 위해 두 자릿수 규모로 채용을 진행하기로 했다.
케이뱅크는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해 채용 허들을 과감히 낮췄다. 지원자는 채용사이트에 입력한 신상정보와 경력사항만을 토대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지원동기 등 면접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일반적 내용을 과감히 생략한 것이 특징이다.
오는 9월 출범을 앞둔 토스뱅크도 IT 개발자 등 대규모 경력자 채용에 나섰다. 기술분야 제품 기획과 엔지니어링, 보안·기반시설, 코어뱅킹(은행 계정시스템) 데이터 등 전문가를 선발할 방침이다.
특히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해 직전 회사의 최대 1.5배에 달하는 연봉을 제공한다. 또 출범 전 입사자들에게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과 이직에 따른 보너스(사이닝 보너스)도 함께 제공하기로 했다.
다음 달 기업공개(IPO)를 앞둔 카카오뱅크도 IT 인력 확충 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 초 세 자릿수 채용을 계획을 밝힌 이후 현재까지 약 100여명을 채용했다. 카카오뱅크의 인력 규모는 1000명을 넘어섰다.
디지털 손해보험업 예비허가를 획득한 카카오페이의 등장으로 보험업계에서도 우수 인력 쟁탈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카카오손해보험(가칭)은 올해 300여명을 충원할 계획인데 이중 절반을 IT 전문인력으로 채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로운 조직문화와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 우수 IT 인력이 대규모로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금융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채용시장에서 IT 전문인력의 몸값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귀하다"며 "디지털금융이 점차 확산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이들에 대한 금융사들의 수요도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진호 기자 rpl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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