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경제 회복이 가속화하면서 경기 상황에 민감한 철광석, 구리 등 주요광물가격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광석의 경우 지난해 5월부터 가격 상승이 지속돼 올 하반기에도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원자재 수입가격이 10% 오르면 국내 생산자 가격은 0.43%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가격변동이 국내 물가는 물론이고 수출 등 우리 경제와 상관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018년 기준 수입의존도 55.7%를 기록한 비철금속의 경우 원자재 수입가격이 10% 상승할 때 제품가격은 2.87%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기 수입의존도 34.9%의 철강은 1.77% 상승했다.
급기야 원자재값 급등으로 인해 원자재 비용 부담이 큰 조선 자동차 가전 건설 등 산업계는 초긴장 모드에 돌입했다. 주로 피해는 완성품 산업(전방산업)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전방산업을 넘어 부품이나 소재를 공급하는 후방산업에 까지 영향이 전해지는 2차적 피해가 오고 있다. 그 영향이 현실화되면 많은 기업이 광물원료 수급에 큰 차질이 생겨 유동성 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산업에 필수 원료인 철광석을 비롯해 구리와 니켈, 코발트 가격은 두드러지게 강세를 보이고 있다. 런던 금속거래소(LME)의 지난 1일 기준 구리 가격이 t당 9342달러로 지난해 평균 보다 65.2% 뛰었고, 철광석도 같은 기간 t당 213.68 달러로 지난해 평균 보다 무려 105.3% 폭등했다. 니켈은 이 기간 29.2% 올랐다. 요인은 미국과 중국의 경기회복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주요 원료광물 및 에너지 수입액은 철광석 229억 달러, 구리 579억 달러, 알루미늄 70억 달러 등 총 2355억 달러에 달했다. 국제 자원시장은 경기와 자원생산 동향 같은 자원보유국의 정책에 따라 자원가격이 큰 폭으로 등락을 보이는 매우 불안정하다. 1980~90년대만해도 원하는 자원을 세계 각국에서 싼 값에 구매할 수 있었다. 힘들여 개발할 필요가 없었다. 또 몇 배의 값을 치러도 구할 수 없는 자원도 있다. 뒤늦은 깨달음이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이상 선진국과 글로벌 기업에 뒤처진 것이 우리의 자원산업이다. 1998년 외환위기 때 우리는 그동안 땀흘려 확보한 해외 유망 광구 26개를 헐값에 매각했다. 2000년대 들어오면서 대가는 혹독했다. 2008년부터 자원가격이 급등하자 여기저기서 후회의 한숨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이것도 잠시 뿐이다. 정부가 전략광물로 확보해야 한다는 리튬·희토류 등은 수요는 급증하고 있으나 투자 부진으로 자원개발률이 급격히 저하된 상태다. 산업부에 따르면 리튬·희토류의 자원개발률은 2013년 9.3%에서 2018년 0.7%로 떨어졌다.
또다시 과거 외환위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확보한 해외 광구 지분을 매각해선 안된다. 하지만 정부는 계속해서 광물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해외 광구 지분을 매각했거나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 세계 10대 구리광산인 꼬브레파나마 광산의 보유 지분(10%) 매각 작업이 대표적이다. 2014년부터 매각을 시도했지만 여러 번 유찰되니 이젠 아예 수의계약으로 팔려구 한다. 꼬브레파나마 광산은 매장량이 31억 8300만t에 달한다. 오는 2023년부터 구리를 생산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자원개발을 통한 안정적 확보가 더 필요하다. 그래서 신규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이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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