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07.06 11:05

[기자수첩]금융사에 책임 떠넘기더니…바닥 떨어진 금감원 위신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신호 위반했다고 교통경찰이 다 책임질 순 없다."
지난 2월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은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 관련 금융당국의 관리소홀을 지적한 의원 질의에 이렇게 답변했다. 윤 전 원장은 이어 소비자에게 판매한 판매사의 잘못이 가장 크다고도 했다. 이 발언은 금감원 수장이 부실 감독에 대한 반성 없이 사고 발생에 대한 책임을 금융사에 떠넘겼다는 논란을 불러왔다.
하지만 ‘책임은 모르쇠’로 일관했던 윤 전 원장의 주장과 정면배치되는 결과가 나왔다. 5일 감사원이 발표한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관리실태 감사결과 라임, 옵티머스를 포함한 부실 사모펀드 사태는 금감원의 총체적인 관리감독 부실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위법하고 부당한 운용사실을 알 수 있었음에도 감독을 소홀히 해 대규모 투자자 손실을 키웠다는 게 핵심이다.
펀드 판매사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교통경찰(금감원)이 다 책임질 수는 없지 않느냐던 윤 전 원장의 해명이 초라하게 구겨진 셈이다.
금감원은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직원들이 성실히 업무를 수행하던 중 발생했다는 점을 이해해달라”며 “금감원은 주어진 여건 아래 투자자 보호를 위해 나름의 노력을 했다"고 밝혔다.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을 판매사에 전적으로 돌리며 최고경영자(CEO)를 중징계하고 칼을 휘둘렀던 금감원은 윤 전 원장과 원승연 자본시장 담당 전 부원장이 빠진 이번 책임자 처분 문제를 놓고도 면이 안서게 됐다. 금감원이 금융사 CEO에 부실 금융상품 판매 책임을 지우는데 명분을 얻기도 어려워졌다.
사모펀드 사태 후속 조치인 판매사와 피해자 간 분쟁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금감원에 대한 신뢰도는 더 떨어질 태세다. 사모펀드 피해자들은 금감원의 분쟁조정 방식에 반감을 드러내며 배상안을 수락하지 않고 100% 배상을 요구하는 강경 대응을 진행 중이다.
설상가상으로 현재 금감원 수장 자리는 두 달째 공석이다. 윤 전 원장이 지난 5월7일 퇴임한 후 김근익 수석 부원장이 대행하고 있다. 이미 구겨진 체면은 차치하더라도 출범 이래 역대 가장 길어진 원장 공백에 바닥으로 떨어진 금감원의 위신을 다시 일으켜세울 수 있는 기회조차 마련할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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