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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선진국도 긴축전환 흐름 한국은 연내 금리인상 시사…아시아 첫 금리인상 될 듯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작된 중앙은행들의 전례없는 수준의 돈풀기, 즉 '이지머니(Easy money)' 시대가 올 하반기부터 막을 내리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불확실성이 있긴 하지만,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이고 있는데다 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어서다. 아직까진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란 시각이 주류를 이루고는 있지만, 계속해서 돈을 풀면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아 하반기부터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풀었던 돈을 거둬들이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도 전례없는 양적완화(QE) 속속 중단 시사…韓, 연내 금리인상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이지머니의 끝이 시작되고 있다'는 기사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부양책에서 중앙은행들이 벗어나기 시작했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고, 중국 인민은행도 부채위험을 낮추기 위해 신용성장을 억누르고 있다"고 밝혔다. 브라질·멕시코·터키·체코·러시아는 이미 금리를 인상했고 다른 국가 중앙은행들도 전례없는 수준의 돈풀기를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역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될 때 중앙은행은 공황사태의 시장을 진정시키고, 돈을 풀기 위해 채권을 매입했지만 이제 양적완화(QE)에 대한 정당성이 거의 사라졌다"며 "오늘날 시장은 활황을 보이고 있고, 인플레이션이 부활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전했다.
한국의 경우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먼저 올리는 나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수차례에 걸쳐 강하게 내비쳤다. 특히 이 총재는 지난달 24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연내 늦지 않은 시점에 통화정책을 질서 있게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며 연내 금리 인상 방침을 못 박은 바 있다. 초저금리 장기화로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대출을 기반으로 급등하는 등 금융불안정이 가중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일시적인 것으로 판단되고 있지만, 한은은 자산거품과 금융불균형 문제를 잡지 못하면 오히려 빠른 경제회복을 저해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4분기 중 한은이 25bp(1bp=0.01%포인트)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한국의 가계부채 규모가 역대급으로 불어난 상황이라 급진적인 금리인상은 어렵고, 내년 중 한번이나 두번정도 추가 금리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선진국 중앙은행 방향기 전환…인플레이션·경기과열이 관건 캐나다 중앙은행(BOC)은 이미 테이퍼링을 시작했다. 오는 14일 BOC는 긴축과 관련한 추가 메시지를 시장에 낼 것으로 풀이된다. BOC는 선진국 중 가장 먼저 긴축으로 방향을 전환한 곳으로, 작년 50억캐나다달러 규모 국채를 매입했던 것에서 올해 매입규모를 30억캐나다달러 수준으로 줄인 상황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달 중 BOC가 국채 매입규모를 20억캐나다달러 수준으로 줄이고, 내년엔 10억캐나다달러 수준으로 추가 축소하면서 금리인상에 대해서도 고민하기 시작할 것으로 봤다.
호주 중앙은행(RBA)은 오는 6일 채권매입 축소 여부에 대해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며, 영란은행(BOE) 역시 자산매입 규모(약 8950억파운드) 수준에 다다르면 QE 중단에 대해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BOE는 물가상승률이 2%를 넘어서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하면서도, 긴축에 대해선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이미 지난 5월에 계획했던 자산매입을 모두 하지는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선진국 중앙은행들도 채권매입을 통한 돈풀기는 속도를 늦추거나 자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중앙은행들이 서서히 방향키를 전환하고 있는 것은 경기회복 속도가 빨라지면서 경기가 과열되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서 구인난이 심각한데다,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아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은 4일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에서 "미국의 근원 PCE물가는 견조한 소비증가 등으로 상승압력이 높아지면서 내년 초까지 높은 오름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밝혔다. 근원 PCE 기준 미국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연방준비제도(Fed) 전망치 기준 3.0%다. 내년 물가도 2.1%로 2%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은은 "높은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장기간 지속될 경우 최근 상승 조짐을 보이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에서 고착화되면서 향후 중장기적인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말 아끼는 美 Fed…2013년 테이퍼 탠트럼 트라우마 때문하지만 정작 Fed는 아직까진 긴축에 대한 정확한 메시지는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달 중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제롬 파월 Fed 의장은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려고 하지만 현재로선 답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말을 아꼈다. 올 여름 Fed가 테이퍼링 계획에 대해 발표할 것이란 시장의 기대감이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파월 의장만은 신중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다른 중앙은행들과 달리 Fed가 신중한 이유로 '2013년 테이퍼 탠트럼(긴축발작)'의 악몽이 영향을 미쳤다고 입을 모은다. Fed가 긴축 신호를 보냈을 때 시장이 충격을 받으면서 신흥국 경제까지 불안해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긴축 신호로 시장금리가 급등할 경우 부채 부담도 커질 수 있어 Fed는 시장과 충분한 소통 후에 테이퍼링을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러 차례에 걸쳐 테이퍼링 언급이 나왔고, 파월 의장을 제외한 FOMC 위원 일부가 수차례 긴축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한 만큼 이번엔 2013년과 같은 시장 충격은 없을 것이란 분석도 속속 나온다. 이미 여러 차례 신호를 시장에 주면서 금리가 충분히 올랐다는 지적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Fed의 테이퍼링 개시 시기를 내년 상반기로 예상했다. 투자은행(IB)들이 꼽은 테이퍼링 실행 시점은 내년 1분기, Fed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은 2023년 하반기가 우세하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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