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올해 상반기(1∼6월)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이 이미 작년 1년치 상승률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 아파트값은 이 기간 13% 가량 오르며 19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4일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값은 9.97% 올랐다. 이는 지난해 연간 상승률(9.65%)을 넘어선 수치다.
수도권 아파트값의 경우 12.97% 올라 역시 지난해 연간 상승률(12.51%)를 넘어섰다. 상반기 기준 16.48%의 상승률을 기록했던 2002년 이래 19년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시도별로는 경기도가 상반기 누적 상승률 15.35%를 기록하며 크게 올랐다. 20% 이상 오른 지역은 시흥(24.53%), 고양(21.38%), 동두천(20.58%), 의정부(20.37%) 등이다. 구별까지 범위를 넓히면 고양시 덕양구(25.49%)가 전국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올랐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교통 기대감이 있는 지역 위주로 상승폭이 컸다.
전셋값도 심상찮다. 상반기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5.54% 올랐다. ‘전세 대란기’로 꼽히는 2011년(9.33%)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다.
수도권은 7.14% 올랐다. 는 지난 2011년 상반기(7.88%)와 맞먹는 수준의 오름세다. 지난달만 보면 전국 전셋값이 1.24%, 수도권은 1.53% 상승해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치를 찍었다.
전국에서 올해 상반기 가장 높은 전셋값 상승률을 기록한 지역은 시흥시(15.21%)였다. 시흥시는 올해 상반기 전국에서 시 기준으로 아파트 매매가와 전셋값 모두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이다.
하반기 부동산 시장에는 GTX 등 교통 호재, 금리인상,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등의 요소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정책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각종 개발 공약이 쏟아질 것으로 예측되는 것은 올해 하반기에 집값을 더욱 상승시킬 유인이다. 주택 매물 부족과 전셋값 불안 또한 하반기 아파트값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붕괴한 상황에서 교통 호재, 매물 부족, 대선에 따른 개발 공약 등이 겹치며 수도권 아파트값이 올해 '상고하고'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올해 하반기 3기 신도시 등의 수도권 사전 청약과 금리 인상 가능성은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아파트 매매 여부에 대한 고민을 깊게 만드는 요소다. 현재까지 계획된 올해 하반기 사전청약 물량은 3만 가구 규모다. 여기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잇달아 금리 인상 필요성을 역설하고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이에 대한 지지를 표하면서 시장에서는 하반기에 최대 두 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예상한다. 국토연구원은 금리가 약 1%포인트 상승하면 수도권 주택 가격이 연간 약 0.7%포인트 하락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 대규모 사전청약 물량, 장기간 집값 급등에 따른 부담감으로 상반기보다 아파트값이 더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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