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 어렵습니다. 알쏭달쏭한 용어와 복잡한 뒷이야기들이 마구 얽혀있습니다. 하나의 단어를 알기 위해 수십개의 개념을 익혀야 할 때도 있죠. 그런데도 금융은 중요합니다. 자금 운용의 철학을 이해하고, 돈의 흐름을 꾸준히 따라가려면 금융 상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합니다. 이에 아시아경제가 매주 하나씩 금융용어를 선정해 아주 쉬운 말로 풀어 전달합니다. 금융을 전혀 몰라도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로 금융에 환한 ‘불’을 켜드립니다.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이번달 1일부터 대출 규제가 더 깐깐해졌습니다. 대출 시장이 과열되자 증가세를 잠재우려는 대책이 시행된 거죠. 도대체 어떻게 대출이 달라진다는 것인지 알기 쉽게 알려드립니다.
대책의 핵심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입니다. DSR은 대출 받으려는 사람의 상환 능력을 평가합니다. 1년 소득 중에 원금과 이자(원리금)를 갚기 위해 쓴 돈을 비율로 표시한 셈이죠. 연 소득이 1억원인 A씨가 갚아야 할 원리금이 5000만원이라면 DSR은 50%인 식입니다. 대출에는 주택담보대출과 학자금, 마이너스통장 대출, 자동차 할부, 카드론 등이 모두 포함되고요.
그럼 금융당국이 DSR을 80%로 설정해뒀다고 가정해볼까요? 연 소득이 1억원인 B씨가 대출이 전혀 없다면 1년 원리금 상환액이 8000만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돈을 빌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40%로 낮춘다면 어떻게 될까요? 빌릴 수 있는 돈이 절반으로 확 줄어들게 되겠죠.
국내 DSR은 40%로 설정돼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부 개인에게만 DSR 규제가 적용됐었죠. 부동산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시가)이 넘는 아파트를 사거나, 연 소득 8000만원 이상인 고소득자가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을 받을 때였습니다. 또 DSR 규제는 ‘은행별’로 적용됐었습니다. 은행들은 자체적인 기준에 따라 DSR 한도를 유연하게 맞춰왔다는 뜻입니다. C씨에게는 50%의 DSR을, D씨에게는 30%의 DSR을 적용하는 식으로 평균만 40%로 유지하면 괜찮았습니다.

이달부터는 달라졌습니다. 규제 대상이 넓어졌습니다. 기존에는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 넘는 주택을 살 때만 적용됐었죠. 하지만 이제 모든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서 6억원이 넘는 주택을 산다면 DSR 규제가 적용됩니다. 또 소득과 상관없이 1억원 넘게 신용대출을 이용한다면 40% 규제를 받게 되고요. ‘은행별’로 규제하던 DSR도 ‘개인별’로 바뀝니다. 위 사항에 포함된다면 어떤 식으로든 DSR 40%를 넘겨 대출을 받을 수 없습니다.
금융위는 DSR 적용 대상을 점차 넓힐 계획입니다. 이번 달 시행된 DSR 정책은 1단계에 불과하죠. 내년 7월부터는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합해 2억원을 넘게 빌리려 한다면 DSR 40%가 적용됩니다. 2023년 7월부터는 모든 대출 총액이 1억원을 넘긴다면 개인별 DSR 40% 규제를 받게 되고요.
다만 예외도 있습니다. 총대출액을 계산할 때 전세자금 대출과 예·적금 담보대출, 보험 계약 대출은 제외합니다. 햇살론처럼 정부에서 제공하는 대출과 300만원 미만의 소액대출도 예외로 하죠. 청년층의 경우 소득이 적어 DSR 규제로 피해를 볼 수 있으므로 계산 시 미래소득을 추가로 반영합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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