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07.04 09:14

"은행면책" 거절한 금융당국…가상화폐 거래소는 줄폐업 위기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실명계좌를 받아야 하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사정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거래소 검증과정 면책’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다. 검증 책임을 은행에 넘긴다는 비판과 거래소의 무더기 폐업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면책기준을 마련해달라는 은행연합회의 요구를 사실상 전면 거부했다. 은행연합회는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자금세탁 사고가 발생해도 은행의 중과실이 없다면 책임을 묻지 말아 달라는 취지로 면책기준 마련을 요구했었다.
하지만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자금세탁 부분에서 1차 책임은 은행에 있다”고 잘라 말했다. 또 “은행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받아 주는 것이고, 아니면 못하는 것”이라며 “그 정도도 할 수 없으면 은행 업무를 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진행된 ‘햇살론뱅크 협약식 및 간담회’에서도 “테러 자금에 면책을 주는 게 용납이 되겠는가. 생각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단언했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오는 9월24일까지 은행을 통해 실명이 확인된 입출금 계좌를 만들어야 한다. 은행권은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만들어줬다 향후 금융사고에 휘말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실명계좌를 만들어 준 은행을 믿었는데 검증이 부족했다는 식의 논란이 생길 수도 있어서다. 익명성이 큰 가상화폐가 자금세탁에 연루됐을 경우 국제사회의 강력한 규제를 받게 될 위험도 크다.
금융당국의 면책요구 거절로 거래소는 실명 은행 계좌를 받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실명계좌를 확보한 곳은 4곳뿐이다. 신한은행과 코빗, NH농협은행과 코인원, 케이뱅크와 업비트 등이 실명계좌 발급 제휴를 맺었다. 신한은행과 케이뱅크는 거래소를 상대로 ‘가상화폐 거래소 자금세탁 위험평가’를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현실적으로 실명계좌를 확보할 수 있는 거래소는 기존 4곳뿐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무더기 폐업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거래소 사이에서는 ‘당국이 빠지고 은행에 책임을 떠넘겼다’는 식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민간기업으로부터의 실명계좌 발급을 조건으로 만든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민간은행 입장에서는 검증 작업에 의무가 없어 위험부담을 떠안으면서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내줄 이유가 없다. 이에 다수의 거래소가 문을 닫으면서 거래소를 이용하던 투자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경고성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에서도 관련 우려가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서면을 통해 “실명확인 계정 취득이 어려운 거래소에 대해 이용자에게 경고신호를 줄 계획이 있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금융위는 “미신고 예상 가상화폐 거래업자를 이용 중인 거래 참여자가 9월 24일 이전에 인출, 신고 사업자로의 가상자산 이전 등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구체적 정보제공 일정·범위 등에 대해서는 법률 검토, 관계기관 협의 등을 거쳐 검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대답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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