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정부가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한국경제를 살리기 위해 33조원 규모의 2차추경예산안을 의결했다. 130개국이 글로벌 대기업이 매출이 발생하는 국가에 법인세를 더 내도록 하는 디지털세 도입 방안에 합의했다.
사상 처음으로 상반기 누적 수출이 3000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실물경제가 회복세를 보였지만 50인 미만 기업에도 주52시간 제도가 도입되는 등 기업에 적잖은 부담을 지우는 정책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민 80%에 1인당 25만원 재난지원금

정부가 지난 1일 2차 추가경정예산안 33조원에 이미 쓰기로 확정된 예산 3조원을 더해 36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소득 하위 80%'인 1800만 가구에 10조4000억원의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을 지급한다. 가구당 얼마가 기준이 아니라 가구원 1인당 25만원 방식으로 주기로 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영업 중단 및 제한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 대해선 3조9000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피해 규모에 따라 100만~900만원이 돌아간다. 피해 산정 기간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6월까지다.
이외에 ▲백신 구입 및 방역 4조4000억원 ▲직접일자리 사업 등 고용 확대 1조1000억원 ▲일자리와 주거 등 청년 지원 1조8000억원 등이 집행된다. 추경 재원은 올해 예산안 대비 늘어난 초과 세수 31조5000억원에 지난해에 쓰고 남은 세계잉여금 1조7000억원과 기금재원 1조8000억원 등으로 메운다. 이 35조원 중 2조원은 국채를 갚는데 쓴다. 내수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란 전망과 함께 ▲사실상 전국민 지급으로 재정 안정성을 훼손했고 ▲상생소비지원금(카드 캐시백)의 경우 카드를 더 많이 쓰는 고소득자일수록 더 많은 혜택을 받는 역진성 논란이 일 수 있다는 비판도 동시에 나온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해외에 디지털세 낸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023년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한국 정부에 내는 세금이 줄고 외국 정부에 내는 세금이 늘 전망이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구글 애플 등에서 세금을 더 거둬들일 수 있게 돼 세수가 늘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의 법인세 최저세율은 15%로 정해졌다. OECD와 주요 20개국(G20) 포괄적이행체계(IF)는 1일 온라인 영상총회에서 디지털세(필라1)와 글로벌 최저한세(필라2) 도입 방안에 대해 139개국 중 130개국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아일랜드 등 9개국은 반대했는데, 그간 낮은 법인세율로 글로벌 기업을 유치해왔기 때문이다.
디지털세는 다국적기업이 외국에 고정사업장을 운영하지 않더라도 매출이 발생한 곳에 세금을 내도록 하는 조세 시스템이다. 일정 금액 이상의 초과이익에 대한 과세 권한을 매출 발생국에 배분해 세금을 걷어가는 룰이다. 디지털세 부과 대상은 연결 매출 200억유로(약 27조원) 및 이익률 10% 이상의 글로벌 다국적기업으로 정해졌다.
외신은 구글 애플 등 100여 개 기업이 대상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가 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도 이익률에 따라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법인세를 최소 15% 이상으로 하는 글로벌 최저한세를 도입하는 필라2도 함께 합의됐다. 15% 미만으로 저율 과세하는 국가에서 사업을 하는 법인은 세금 차액을 모회사 소재국 등에 내야 한다. G20 재무장관들은 디지털세 등에 대해 오는 9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논의한다. 10월까지 세부 쟁점 합의를 끌어낸 뒤 2022년 서명하고, 2023년 발효시킨다는 계획이다.
韓 수출, 사상 첫 반기 3000억弗 달성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이 한 해 전 6월보다 39.7% 늘어난 548억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6월 중 최대액을 찍었다고 밝혔다. 반도체, 일반기계, 석유화학 등 15개 주력 품목과 9대 지역 수출이 10년 만에 모두 동시에 플러스를 보이며 수출 호조를 이어갔다. 특히 상반기 누적으로는 사상 첫 3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월별 수출은 지난해 11월부터 8개월 연속 증가했으며, 최근 4개월 연속 500억 달러를 돌파했다.
15개 주력 품목이 모두 증가한 가운데 14개는 두 자릿수 이상 고른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수출 1위인 반도체는 견조한 메모리 수요를 바탕으로 두 달 연속 100억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6월 중 가장 많은 수출(111억6000만 달러)을 기록했다. 수출 2, 3위 품목이자 경기민감 품목인 일반기계와 석유화학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5%, 68.5% 각각 증가하며 6월 중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계도기간 없이 50인 미만 기업 주52시간제 시행

실물 경기 호전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노동 규제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계도 기간 없이 1일부터 5~49인 기업에도 주52시간제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해 온 주52시간 제도를 다음 달 1일부터 근로자 5~49인 기업에 확대해 적용키로 했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계에서 계도 기간을 늘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사실상 거부했다. 이로써 2018년 300인 이상, 2020년 1월 50~299인에 이어 5인 이상 모든 기업은 주52시간제를 반드시 적용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정책 시행 목표에 대해 "장시간 근로 관행 개선을 위한 제도 개선"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택배기사 등 12개 특수고용직(특고) 업종에 대한 고용보험 제도가 1일부터 시행됐다. 대리운전 기사, 퀵서비스(소위 '라이더'로 불리는 배달기사 포함)는 내년 1월부터 적용 대상에 들어간다. 이 정책은 2025년 시행 예정인 전 국민 고용보험 제도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특고 종사자들도 실업급여와 출산 전후 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와 더불어 질병과 육아휴직 같은 불가피한 사유가 아닌 이상 산재보험 대상에서 빠지지 않도록 제도를 강화한다. 그간 사업주의 암묵적인 압박으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산재보험을 포기하는 내용의 각서를 쓰고 일을 하는 특고 종사자들이 많았는데, 이를 줄이기 위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특고 종사자의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이들이 산재보상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판단해 정책을 시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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