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성기호 기자] 가계부채 관리 압박 강도가 높아지는 분위기 속에 은행권이 더 늘리기 어려운 가계대출 대신 기업대출에 집중하면서 중소기업 대출이 폭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6월 말 기준 중기대출 잔액은 524조3904억원으로 5월 말 521조2655억원 대비 3조1248억원 증가했다.
농협은행을 제외한 4대 은행이 모두 중기대출을 크게 늘렸다. 특히 신한은행의 경우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 각각 38억원, 51억원 늘어나는데 그치는 동안 중기대출이 1조5701억원 늘어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큰 중기대출 증가세를 나타냈다.
5대 은행의 중기대출은 코로나19에 따른 자금수요에 힘입어 올해 월간 증가폭이 3조~6조원 사이를 유지하는 등 폭증세가 지속되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압박 강도를 높이자 가계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리기 어려워진 은행들이 중기대출로 눈을 돌린 영향이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경영이 중요해진 시점에 은행들이 경영난에 빠진 중소기업 지원을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6월 가계대출은 4년3개월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던 지난 5월 보다는 늘었지만 증가액이 적어 뚜렷하게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지난달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89조1073억원으로 한 달 전 687조8076억원 보다 1조2996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가계대출의 양대산맥인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39조294억원으로 전월 보다 5382억원 증가하는데 그쳤고 주택담보대출도 485조7599억원으로 6517억원 늘었다. 이달 1일 갚을 능력만큼만 돈을 빌려주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적용 확대 내용이 담긴 새 가계부채관리방안 시행에 앞서 가계대출 ‘막차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축소하거나 일부 대출상품을 판매 중단하는 등 상시 가계대출 관리 체제에 들어가면서 가계빚 폭증세를 더 이상 보기 어려운 대신 중기 대출은 당분간 지금의 증가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전날 은행장들을 향해 "저금리 상황에서 금리상승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으로 하반기 중 촘촘한 가계부채 관리가 필요하다"며 "불요불급한 가계대출 취급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각별한 당부의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다만 절반에 달하는 중소기업이 번 돈으로 한 해 이자조차 못 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연내로 못박은 데다 코로나19 금융지원도 오는 9월 종료를 앞두고 있어 은행권의 중기대출 급증이 자칫 금융리스크를 키우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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