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서민금융진흥원이 코로나19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배달 라이더를 대상으로 한 대출 상품 개발에 착수했다. 고정수입 증빙이 어려워 개인 신용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았던 배달 라이더들을 위한 지원책의 일환이다.
2일 금융당국 및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서금원은 최근 배달 플랫폼 ‘바로고’의 라이더 행복팀과 새로운 대출 상품 개발을 위한 실무협의를 가졌다. 해당 부서는 소속 라이더의 복지와 처우를 담당하는 곳이다. 민간은행이 아닌 정부 기관에서 라이더 직종을 대상으로 대출상품을 만드는 건 처음이다.
소득 증빙 과정을 바로고가 대신해주거나, 바로고를 통하면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햇살론이나 안전망 대출 등 서금원 정책 대출상품은 대부분 재직·소득 증빙 과정을 거쳐야 한다. 건강보험 미가입자나 급여현금수령자, 무등록사업자는 직접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해야 한다.
라이더 3만2000명 혜택…"금리·한도는 정책대출과 유사하게"소속 라이더들의 소득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바로고가 대출 심사 과정을 간소화하면 편의성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서류 확인에 시간이 소요돼 급전이 필요한 라이더는 정책금융상품을 외면하거나, 정부 지원 금융상품을 알지 못해 금리가 높은 대부업체로 빠지는 부작용이 있었다. 일부 라이더들은 소득이 있음에도 심사과정에서 탈락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번 정책으로 바로고 소속 라이더 3만2000여명이 직접적인 혜택을 받게 될 예정이다.
바로고도 저신용자가 많은 라이더 업계 특성상 정책서민금융 기관과의 협업이 필요했었다는 입장이다. 바로고 관계자는 "민간은행에서 정책금융상품보다 좋은 조건으로 대출상품을 개발해보자는 제안이 온 적도 있다"면서 "그럼에도 민간은행은 금융 여력이 취약한 라이더가 대출 심사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커 최대한 포용할 수 있는 정책금융상품 개발을 고려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리와 한도는 햇살론 등 기존의 정책금융상품과 유사하게 설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금융상품보다 깐깐하게 정하면 매력도가 떨어지고, 라이더 대상 상품만 혜택이 좋으면 반발이 알 수도 있어서다. 이에 과정만 간소화한 채 실제 대출실행은 햇살론을 포함해 기존의 정책금융상품을 통해 받도록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상품명과 구체적인 출시 일정은 협의 중이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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